앨범 이미지
Blunderbuss
잭 화이트(Jack White)
2012

by 신현태

2012.05.01

잭 화이트는 록의 파괴자이자 탐구자다. 상습적 틀 깨기는 록의 순수함을 추구하는 그만의 독특한 체계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한 버팀목이다. 또한 모든 영역의 록 장르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온전한 자신의 것으로 흡수했다. 원초적인 록의 뼈대에 살을 붙이면서도 어느 하나에 종속 돼 있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창조물들을 완성해내면서 온연하게 자아의 본질을 드러낸다. 이제 그의 이름은 무질서에서도 질서를 창조하는 록의 거물로 통한다.


그의 이름을 명백한 예술가로서 각인시킨 것은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네오-개러지 사운드에서부터 시작됐다. 언더그라운드 음악계를 전 세계의 트렌드로 끌어올린 중추였지만, 오로지 리듬과 박자를 보조하는 멕 화이트(Meg White)와의 활동 중에도 음악적 갈증은 끊이지 않았다. 이런 무영족심(無厭足心)의 창작 욕구는 자매 밴드 라콘터즈(The Raconteurs)에서 컨트리를 덧입혀낸 변이의 록을 창조해냈고, 데드 웨더(The Dead Weather)에서는 싸이키델릭 사운드를 엮어낸 소음들을 뿜어냈다.


예열은 여기까지였다. 멈추지 않는 감각과 감성의 전이는 이제 자신의 이름 ‘잭 화이트’까지 이어졌다. 근간은 블루스다. 이 뿌리와 줄기를 타고 자란 음악들은 무성한 잎과 열매들을 맺은 결실 < Blunderbuss >로 태어났다.


솔로 앨범이라고 해서 그간의 작품들과 궤(軌)를 어긋나는 변조를 시도한 것은 아니다. 이는 첫 번째 트랙이자, 솔로 작업 최초의 결과물 ‘Missing pieces'서 단박에 확인할 수 있다. 직접 연주한 펜더 로즈(Fender rhodes)의 깔끔한 전개와 솔로연주, 긴장감을 고조하다가 순간 몰아치는 매서운 기타 사운드, 변함없는 신경질적인 창법은 ‘변종 블루스’를 향하는 앨범 전체의 방향과 핵심을 드러낸다.


화이트 스트라입스를 대표하는 개러지 록의 매력을 덧입힌 ‘Sixteen saltines' 역시 팬들에게 익숙한 색이 칠해진 작품이다. 분노에 찬 목소리와 그 감정을 고스란히 녹여낸 귀를 갈아내는 거친 기타 사운드는 에너지를 분출하는 밤(Bomb) 트랙이다. 컨트리에서 사용되는 바이올린의 일종인 피들(Fiddle)과 하몬드 오르간의 조합은 곡의 긴박한 전개에 활력적 매력을 더하는 요인이다.


정통성을 따르는 블루스 트랙들은 앨범의 핵심이다. ‘Love interruption'는 정통 포크-블루스 트랙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클라리넷의 맞물린 울림의 조합은 묘한 긴장감을 전하는 고혹적인 작품으로, 그 위의 루비 아만푸(Ruby Amanfu)의 나른하고 병약한 기운의 피쳐링은 메인 보컬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좌한다. ‘Blunderbuss’는 잭 화이트가 풍부한 표정을 가진 뮤지션임을 입증해내는 컨트리-블루스 곡이다. 나지막이 들리는 페달 스틸 기타와 피아노의 서정성과 피들 연주의 운치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유일한 커버곡인 ‘I'm shakin''의 흥겨운 리듬은 듣는 이의 몸을 저절로 흔들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원곡의 브라스 섹션을 기타로 변형시킨 퍼즈의 유기적 운용은 그의 주종목이자 장기이다.


눈에 띄는 특징은 피아노 연주가 곡의 중심이 되는 곡들이 다양하게 포진해있다는 점이다. 어쿠스틱 편성과 혼연의 조화를 들려주는 'Hypocritical kiss'와 'Weep themselves to sleep'의 홍키 통크 피아노 연주는 60, 70년대 방식으로 편곡되었다. 특히 ‘Hip (eponymous) poor boy'는 긴장감을 완화하는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와 입에 달라붙는 멜로디의 소울 넘버다.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2001년작 < White Blood Cells >의 ‘We're going to be friends'에서 느껴졌던 어린아이와 같은 순박함과 재기가 떠오르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그의 재능은 재미있는 음악을 창조하는 것에 있다. 새로운 작품에서는 피아노와 페달-스틸 기타의 연주, 피들과 클라리넷, 콘트라베이스 등의 다채로운 악기 편성을 통해 자신의 기본 틀인 블루스와 개러지는 물론이요, 그 속에 혼재된 로커빌리와 컨트리, 그리고 소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누수 없이 구사하며 한층 더 업그레이된 면모를 뽐낸다.


솔로 데뷔작 < Blunderbuss >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변종이다. 가슴속에 무한히 폭발하는 음악적 영감과 뚜렷한 내적 가치관을 그대로 예술적 비범함으로 표출해내며, 언제나처럼 거대한 음악들을 선사한다. 그리고 ‘파괴와 재창조’의 작업을 거듭한다. 우리는 재차 확인했다. 그가 구축해낸 록의 성역과 문법은 온전히 잭 화이트만의 것임을.


-수록곡-

1. Missing Pieces

2. Sixteen Saltines [추천]

3. Freedom At 21

4. Love Interruption [추천]

5. Blunderbuss [추천]

6. Hypocritical Kiss

7. Weep Themselves To Sleep [추천]

8. I'm Shakin' [추천]

9. Trash Tongue Talker

10. Hip (Eponymous) Poor Boy [추천]

11. I Guess I Should Go To Sleep

12. On And On And On

13. Take Me With You When You Go

신현태(rockersh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