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나쁜 여자
레이디스 코드(Ladies' Code)
2013

by 여인협

2013.03.01

현재 레이디스 코드의 등장을 두고 지배적으로 형성된 여론은 ‘오디션 출신의 가수들이 걸 그룹에 몸을 담아 아쉽다’는 의견이다. (그룹에는 < 위대한 탄생 1 >에서 Top10에 들었던 재일교포출신 권리세와 < 보이스 코리아 >의 ‘올턴녀’ 이소정이 속해있다.) 이것은 그러나 절대로 문제의 핵심이 될 수가 없다. 걸 그룹의 음악을 기타 음악에 하위로 두는 편견이 개입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 삼아야 할 부분은, 기왕 걸 그룹으로 나올 것이었다면 이들이 어느 정도 검증의 과정을 거친 만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괜찮은’ 그룹으로 나왔어야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괜찮은’에 포함되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만 얘기해 본다면 ‘독자적 컬러가 뚜렷한’, 혹은 ‘차별화된 콘셉트로 희소성의 매력을 발할 수 있는’ 정도가 될 것이다. 다른 말로 해서, (기대가 있는 만큼) 실망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때문에 이 노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나쁜 여자’에는 다른 걸 그룹 후발주자들에 비해 딱히 보이는 차별점이 전무하다. 노랫말의 배치와 리듬 운용 등 음악적 색깔은 미스 에이의 초기 스타일과 상당부분 중첩된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곡의 작곡가인 슈퍼창따이가 미스에이를 위해 만들어뒀던 미공개 곡을 이번 기회를 통해 푼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 정도다.


곡의 멜로디도 뒤돌아서면 잊힐 만큼 이렇다 할 메리트가 없다. 멤버들의 인지도를 생각해보면 난감한 수준이다. 더 이상 걸 그룹이라는 간판만으로는 사람들의 지속적 관심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룹 편성에 앞서 소속사 차원의 고민이 좀 더 수반되었어야 했다.

여인협(lunariani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