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결국 멜로디가 있는 말이다. 많은 사람이 좋은 노래의 조건으로 메시지와 전달력을 꼽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예 힙합 듀오 긱스(Geeks)가 첫 번째 정규앨범 < Backpack >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인생은 끝없는 수업의 연속이니 백팩을 등에 메고 열심히 살아보자.' 남은 건 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 Backpack >을 통해 선보이는 긱스의 두 멤버, 릴보이와 루이의 전달력은 뚜렷함보다는 아쉬움을 더 남긴다.
긱스가 존재감을 알린 계기는 캐나다 출신 R&B 보컬 타미아의 원곡을 샘플링한 `Officially missing you'(2011)를 통해서였다. 독특한 래핑보다는 귀에 익은 멜로디로 대중에게 인상을 남긴 이 곡은 이후 씨스타의 소유와 함께한 `Officially missing you, too'로까지 이어졌다. 두 곡을 거치는 동안 긱스가 추구하는 음악의 색깔은 쉬운 랩과 대중적인 멜로디라는 구성으로 명확해졌다. 쉽고 안전한 길을 택한 그들은 한동안 이어져 온 국내 힙합 음악의 흐름에 정확하게 합류했다.
뚜렷한 개성이라는 모험보단 대중적인 힙합 음악을 취한 긱스의 앨범에서 느껴지는 건 멜로디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타이틀 곡 `Wash away`에서 릴보이와 루이의 랩은 피처링에 참여한 에일리의 보컬에 묻혀버린다. 이어지는 `집 앞에서도`에서는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의 크루셜스타가, `비가 오네`에서는 박수민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다. 힙합앨범에 실린 멤버의 랩과 목소리가 피날레인 멜로디로 가기 위한 지루한 과정으로 남는 셈이다.
신선한 등장과 급격한 유명세에 비해 아쉬움이 남지만 노력의 흔적은 보인다. 앨범 전체의 메시지를 긱스만의 목소리로 흥겹게 던져주는 'Backpack'과 DJ 돕쉬가 참여한 'Getting on you'에서는 차별화된 발성과 호흡, 라임에 대한 그들의 고민이 느껴진다. 하림이 참여한 '어때'에서 긱스의 랩은 멜로디로 가기 위한 과정이 아닌 노래의 주인공으로서의 위상을 뚜렷하게 되찾는다. 두 멤버의 개성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랩에서 긱스는 다소 무거워 보이던 멜로디에 대한 욕심을 덜고 비로소 제 몸에 맞는 가벼운 백팩을 등에 멘다.
대중적인 노래라는 말은 자칫 아티스트의 색이 없는 곡이라는 말로 풀이될 수 있다. 쉽게 대중의 귀를 잡아끄는 멜로디에만 의존한 힙합 음악에게 남은 것은 결국 잊혀진 랩과 몇 소절의 흥얼거림뿐이다. 첫 성공을 가져온 `Officially missing you'는 그래서 지금의 긱스에겐 독이다. 유행이 좋은 음악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시류에 몸을 실은 이번 앨범은 아쉽게도 날개를 달지 못했다.
-수록곡-
1. Lights on
2. Wash away (feat. 에일리)
3. 집앞에서 (전화 받지 마 part 2) (feat. Crucial star)
4. It`s raining (skit #1) (song by Stella Jang)
5. 비가오네 (feat. 박수민)
6. Backpack [추천]
7. Getting on you (feat. DJ Dopsh) [추천]
8. 아마
9. 어때 (feat. 하림) [추천]
10. 잉여인간 (skit #2) (song by Stella Jang)
11. 잉여인간
12. Siren (feat. Swings)
13. Love, life
14. 헌신
15. 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