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Hello
조용필
2013

by 임진모

2013.05.01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부터 앨범이 나오면 아이돌 늪의 음악계를 떨게 만들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 말처럼 조용필센세이션은 4월말을 강타했다. '젠틀맨'의 열풍 한복판에 대담하게 꽂아 넣은 싱글 '바운스' 때만해도 호불호가 다소 분분하던 의견은 앨범 출판의 시점에는 거의 '평정'이 된 상황이다. 좋은 건지 밋밋한 건지 혼돈스러운 사이 '바운스'는 어느덧 귀에 인이 박였다. 대중음악에서 가장 무섭고도 유리한 고지는 익숙함의 획득이다.

대거 젊은 감성의 수혈은 베테랑의 선택이라고 하기에는 과감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곡 하나하나 그리고 앨범 전체 스타일을 엮은 중심사고는 역(逆)으로 치고나가는 것이었다. 그게 10년 전의 18집 < Over The Rainbow >과 가장 구분되는 대목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 랩, 록 특히 모던 록은 통상적으로 63세 나이에 부합하는 장르들은 아니다. 발라드는 '걷고 싶다'와 자작곡 '어느 날 귀로에서' 등 두 곡에 불과하다. 아마 지금까지의 조용필 앨범 가운데 가장 발라드가 적은 앨범일 것이다.

역공이기에 낯설 수가 있다. 사실 '바운스', 'Hell0', '서툰 바람', '설렘' 등 일렉트로닉과 록이 혼합된 장르는 자칫 조용필이 그간 구축해온 음악정체성을 퇴색시킬 소지도 있다. 한마디로 '딱하면 팍'이 아니다. 유투 같기도 하고 브릿 팝 냄새도 나는 미드템포의 '말해볼까' 정도가 새로움과 과거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해후한다고 할까. 하지만 실험과 도발이야말로 아티스트의 핵이라는 점에서, 패턴과 선입견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역공(逆攻)의 신보는 지극히 '음악가적인' 앨범이다.

음악나이테 45년의 그가 정공(正攻)을 놓칠 리 없다. 수작이라 할 '헬로', '충전이 필요해', '널 만나면'과 같은 록 계열의 곡들은 하등 신기할 게 없다. 솔직히 놀라움은 나이 때문 아닌가. 록은 과거 '못찾겠다 꾀꼬리'와 '꿈'이 말해주듯 그의 오랜 본능이다. 트렌드 추수일 수 없다. 이 점에서 새 앨범은 '못찾겠다 꾀꼬리', '생명', '자존심'의 1982년 4집에 맥락이 닿아 있다. 대중적 흡수력을 떠나 록 넘버들을 유려하게 만지는 솜씨는 록 유전자에 따른 관록이다. 아마도 공연장을 채운 기성세대 관객들에게 록을 통해 젊은 시절로 회귀시키며 사기충천과 용기백배를 기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하나 정공은 보컬을 위치시키는 방식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얇은 듯하나 파워풀한 보컬의 소유자임에도 그는 자신의 노래가 곡을 주도하지 않도록, 다시 말해 곡과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결코 그것을 앞으로 빼지 않는다. 레벨을 높이지 않는 것이다. 보컬 측면에서 '나타나고 또 사라질 줄 알기에' 듣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조용필 보컬은 더 잘 들린다. 바로 이 생생한 보컬이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사운드의 선구자라는 명망답게 앨범의 소리는 더 거들 표현이 없다. 작곡가 MGR와 박병준의 프로듀싱은 조용필의 지휘 아래 사운드의 평형과 굴곡을 잘 배분해내고 있다. 역공과 정공을 섞는 균형감,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행을 포착하는 기민한 시야, 록에 대한 굴착 능력, 보컬의 유연한 배치, 믹싱과 마스터링에 대한 민감성이 발군의 회심작을 꾸려냈다. '영'하고도 '노련'한, 가히 '올해의 앨범'이다.

-수록곡-
1. Bounce(최우미 작사, Marty Dodson, Alexander Holmgren, Carl Utbult 작곡)
2. Hello(최우미/ Scott Krippayne, Niclas Lundin, Maria Marcus) [추천]
3. 걷고 싶다(김이나/ MGR)
4. 충전이 필요해(김선진, 최은/ Jeff Cohen, Niclas Lundin, Maria Marcus) [추천]
5. 서툰 바람(하기/ 하기, 박병준)
6. 말해볼까(양재선/ Neil Athale, Jorge Mhondera, Derek McDonald) [추천]
7. 널 만나면(김선진/ herOism, Matthew Gerrard, Kurt Schneider) [추천]
8. 어느 날 귀로에서(송호근/ 조용필)
9. 설렘(최은, 이종희/ Neil Athale, Mike Hough, Daniel De Bourg)
10. 그리운 것은(최우미/ MGR, 박원준)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