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을 동반했던 11년 전 < Hello >와 비교하면 다소 미지근한 컴백이다. 영상 제작사 돌고래유괴단이 만든 타이틀곡 ‘그래도 돼’의 뮤직비디오가 배우 이솜을 비롯한 스타 캐스팅과 감동적인 줄거리로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전작 ‘Bounce’, ‘Hello’의 센세이션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신보 < 20 >은 모든 면에서 과감하고 새로웠던 지난 앨범의 작법을 무난히 계승한다. 서구 작곡가들의 트렌디하고 화사한 팝 록 사운드, 음악에 맞춰 산뜻하게 조정한 목소리와 창법이 이전만큼 신선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 Hello >의 충격은 그만큼 막강했다.
새 앨범의 첫인상은 왠지 좀 서운하다. 11년 만의 정규 앨범, 그것도 제목 그대로 스무 번째 앨범인데 수록곡이 7곡에 불과한 탓이다. 더구나 그중 4곡은 지난 2년 동안 선공개한 노래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다 만들고도 수록하지 않은 곡이 있다고는 하나, 오랜 기다림을 해소하기엔 모자라다. 새롭게 실린 3곡 ‘그래도 돼’, ‘Timing’, ‘왜’는 앞서 발표한 4곡과 같은 맥락이다. 첨단 사운드 디자인과 현재 조용필의 접속. 말하자면 < 20 >은 2024년의 그가 현재 시제로 부르는 팝, 대중가요다.
조용필의 현재를 조명한 건 좋다. 동시대성의 부각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관건은 ‘영 사운드’와 얼마나 어울리는가다. ‘찰나’, ‘Timing’의 생기발랄한 멜로디, 고감도 사운드엔 생동감이 넘친다. 여전한 절창으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펼친 발라드 대곡 ‘왜’는 노련미의 결정체다. 반면 수록곡 중 가장 파격적인 ‘라’는 리드미컬한 그의 보컬과 공격적인 EDM 사운드가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 음악적 한계를 넓혔다는 의의는 있겠지만, 매력적인 곡이라고 보긴 어렵다. 모던 록 스타일의 ‘그래도 돼’는 비교적 그에게 익숙한 문법이다. 반복되는 “믿어 믿어 봐”가 작위적이긴 해도 유려한 보컬의 다이내믹과 세대를 아우르는 위로의 메시지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 20 >은 야심 찬 웰메이드와 어색한 범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반세기 넘게 활동한 74세 전설의 새 앨범이라고만 생각하면 반갑고 경이로운 마음이 앞선다. 그 주인공이 조용필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는 평생을 누구보다 앨범 아티스트로 살았고, 시대가 기억할 위대한 작품을 다수 남겼다. “이번이 마지막 앨범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그의 말은 이러한 부담감의 토로일 것이다. < Hello >에 이은 이번 앨범까지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며 자기 혁신을 거듭했다는 의미는 충분히 챙겼다. 다만 그만의 내공, 매력, 음악적 역량이 총동원된 앨범을 더 듣고 싶은 건 그가 다른 누구도 아닌 조용필이기 때문이다.
-수록곡-
1. 그래도 돼 [추천]
2. 찰나 [추천]
3. Timing [추천]
4. 세렝게티처럼
5. 왜 [추천]
6. Feeling of you
7.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