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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나의 옛날 이야기
조덕배
1985

by 위수지

2013.07.01

“TV출연에 연연해 오진 않았어요. 음악은 들려주는 것이고 그것이 꼭 TV라는 매커니즘을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 “하지만 우리 사회는 나 같은 장애자가 자유롭게 음악하기는 힘든 사회인 것 같다.” (1985. 11. 19, 『경향신문』)

데뷔초, 한 인터뷰에서 조덕배는 스스로의 음악 활동에 대해 위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어릴 적 앓은 소아마비의 영향으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다. 장애인 앵커가 '특별한' 존재로 주목을 받는 등 장애인의 TV출연은 오늘날 까지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가 가수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의 분위기가 어떠했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때문에 그는 한동안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을 이어가야 했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은 많은 이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나의 옛날이야기'는 라디오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라디오 스타'로서 큰 사랑을 받은 배경에는 그의 뛰어난 음악성이 깔려있다. 전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며 그는 데뷔 앨범에서부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질을 드러냈다.

시적인 가사는 특히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이름에는 늘 '노래하는 시인', '가요계의 음유시인'이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는다. '사랑한단 말 못하고 애태우던 그날들을 /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 / 철없었던 지난날의 아름답던 그 밤들을 / 아직도 난 사랑합니다.('나의 옛날이야기') '너풀거리듯 / 자꾸 까만 너의 머리카락 / 너풀거리듯 / 나를 쫓아오던 발자욱 소리 / 너풀거리는 / 나비 쫓아 떠나버렸네('너풀거리듯')'과 같이 그의 가사에서는 시와 같은 운율과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가사를 보다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잔잔한 사운드를 타고 전해지는 그 자신의 묘한 음색이다. 조덕배의 목소리에는 듣는 이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는 독특한 느낌이 있다. 그것은 '뒷 모습이 참 이쁘네요'에서는 '작업남'의 밉지 않은 능청스러움으로, '사랑이 끝나면'과 '들어봐요'에서는 마음을 아리게 하는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힘을 빼고 편안하게 노래하지만 곡의 감정은 명확하게 전해진다.

연주곡인 '장미'와 건전가요 '시장에 가면'을 제외하고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곡은 다섯곡 뿐이다. 적은 곡수이지만 그의 음악성을 엿보기에는 충분하다. 서정적인 가사와 세련된 멜로디, 곡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 하는 목소리로부터 그의 감각을 읽을 수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초창기 음악들은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다.

활동 초기부터 여러 굴곡이 있었지만 그의 음악은 기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2010년, 후배 가수들은 '조덕배 25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음악을 리메이크한 헌정 앨범을 발표했다. 얼마 전에는 KBS <불후의 명곡>을 통해 '나의 옛날이야기', '꿈에',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등 그의 명곡들이 재조명을 받았다. 많은 이들은 꾸준히 그의 음악을 현재로 불러낸다. 데뷔 3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조덕배의 음악이 갖는 생명력은 여전히 강하다.

-수록곡-
1. 나의 옛날이야기 [추천]
2. 뒷 모습이 참 이쁘네요 [추천]
3. 장미 (경음악)
4. 파문
5. 사랑이 끝나면
6. 너풀거리듯
7. 들어봐요
위수지(sujii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