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에서 불필요한 시도나 도전은 배척되기 마련이다. 특히 그 조직이 불안할 때는 더욱 ‘안전’지향이 된다. YG의 미래를 위해서는 빅뱅, 2NE1의 2세대의 탄탄한 정착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은 모험이 아닌, 잘 아는 길 한마디로 지름길을 택했다. YG 특유의 ‘고급화’된 이미지는 소비하되 음악은 관습적이다. 뽕끼 있는 멜로디와 ‘밤바야’나 ‘바라바라바라밤’같은 유행어들을 포진시켜 익숙하면서도 선명한 각인을 꾀한다. 확실히 이런 방식은 육수처럼 푹 고아진 그들의 오랜 성공 노하우다. 두 개의 다른 곡을 이어붙인 듯, 몽환적인 신스에서 귀에 박히기 쉬운 멜로디로 급격하게 전환하는 콜라주 방식도 노래의 전개를 지루하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더한다.
이렇다보니 노래에서 거의 2NE1과 차이를 찾을 수 없다. 다만 외모상으로 2NE1이 개성을 내세웠다면 이들은 철저하게 매력을 뽐낸다. 야자수 머리 대신 힙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장착했다. 2NE1의 컨셉이 도전과 개성이었다면 블랙핑크는 완벽과 럭셔리를 추구한다. 다양한 스타일로 캐릭터의 성격을 살리려는 노력은 그나마 다른 기획사와의 몇 안 되는 차별점이다. 그들이 앞세우고 있는 모토와 달리 신선함이나 파격, 자유로움은 없었다. 어쩌면 이런 안정 지향의 전략은 YG의 기반이 상당히 요동치고 있다는 증거기도 하겠다. 급한 불은 끄겠지만 단기적이고 뻔한 카드가 결국 스스로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