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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 Like
재지팩트(Jazzyfact)
2010

by 현민형

2016.12.01

철부지의 꿈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유효하다. 피스쿨(P`Skool)에서의 < Daily Apartment > 활동을 통해 재지한 감성을 체득한 24살의 빈지노(Beenzino)는 재즈힙합 장르로 전격 출범한다. 프로듀싱의 총책임자는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 통상 일본의 누자베스(Nujabes)로 통용하는 ‘재즈 힙합’에 대응할 만한 국내최초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술, 여자, 담배는 20대 한량에게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다. 잃을 것 하나 없는 심적 여유와 왕성한 젊음은 청춘을 즐기기에 최적화되어 있고 이 두 청년은 그러한 즐거움을 재즈의 그루브(Groove)한 리듬과 랩의 가용성을 통해 온전히 음악으로 들려준다. ‘A tribe called Jazzyfact’, ‘Addicted2’을 포함하여 곡 전반으로 기호(嗜好)에 대한 찬미가 배어나온다. 그 중 시간에 대한 관념을 비꼬아 사랑을 역설한 ‘아까워’의 재치 있는 노랫말이 단연 일품이다.


그렇다고 < Lifes Like >이 인생을 방탕하게 낭비하자라는 조루같은 앨범은 아니다. 빈지노, 아니 대다수 래퍼들이 목표하고 있는 성공(成功). 그에 대한 집념은 과도기적 상념과 고뇌를 만들어냈고, 그러한 심정이 가사 곳곳에 드러난다. ‘Take a little time’, ‘Stranger`s theme’ 등이 그를 대표한다. 이렇듯 언더그라운드 래퍼로서 불확실한 앞날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일관한다. ‘돈보다는 마음이 내게는 더 와 닿는다’는 ‘Vibra’의 첫 소절은, 이익보다는 진심을 좇는 그의 속내를 단번에 보여준다.


프로듀서 시미 트와이스의 탁월한 재즈 샘플링에 얹은 빈지노의 자유자재한 래핑은 스캣(Scat)을 연상시킨다. 끊임없는 음정 변화를 일으키는 능수능란한 플로우는 재즈 장르에 특화하여 작용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특유의 즉흥성이 랩을 통해 발휘한 것이다. 이에 ‘그래 난 말랐지, It doesn't mean I'm weak’, ‘껍데긴 언젠가 벗겨지네’, ‘난 속물이야 딱 뼈까지만’ 등 위트를 가미한 펀치라인 또한 듣는 맛을 배가한다.


끝을 장식하는 ‘Smoking dreams’은 농도 짙은 감성으로 느끼함을 유발하여 앨범 전체의 풋풋한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물론 곡 자체의 완성도는 월등한 수준이지만 ‘Vibra’가 마지막 트랙이었다면 아름다운 초상을 그려내었을 것이다. 시미 트와이스를 매개로 발현하는 빈지노의 꿈은 현실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기에 철없어 보이지만, 자본주의에 점철하여 옅어진 순수를 고집하기에 감동을 준다.


-수록곡-

1. A tribe called Jazzyfact [추천]

2. ?!. (Feat. DJ Pumkin) [추천]

3. Addicted2

4. 아까워 [추천]

5. Kissinterlude

6. Friday move (TGIF)

7. Close to you

8. Take a little time (Feat. Sean2Slow)

9. Mom`s call (Feat. Verbal Jint) [추천]

10. Jamminterlude

11. 각자의 새벽 (Feat. DOK2, Beatbox DG)

12. Stranger`s theme

13. Vibra [추천]

14. Smoking dreams

현민형(musikpeopl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