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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s Like
재지팩트(Jazzyfact)
2017

by 현민형

2017.06.01

‘재지팩트’란 형식을 뒤집어 쓴, 빈지노 정규앨범 < 12 >의 후속 격 앨범이다. 우리네 청춘들에게 강한 감명을 주었던 데뷔 음반 < Lifes Like > 이후 7년 만의 EP인 본 음반은 전작과 사뭇 다른 결의 음악을 선보인다. 작가적 영감과 음악적 무드 각각의 근원지인 빈지노와 시미 트와이스, 두 사람은 7년이란 세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가 음악에 온전히 아로새겨졌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림을 견뎌온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빈지노는 현재 시점에 대한 감정을 충실히 표출한다. 여행, 돈, 군대, 성공 등이 주요 키워드. 지난 솔로앨범 < 12 >의 소재와 여러모로 중복되는 메시지 탓에 새로운 감상을 느끼긴 어렵다. 음향적인 맥락 또한 마찬가지이다. 재즈힙합 감성에 젖어있던 전작과는 다르게 몽환적인 신시사이저가 주를 이루는 프로듀싱은 최근 빈지노 스타일에 특화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연달아 합을 맞춰왔던 피제이의 음악과 닮아있고 또 실제로 본 앨범에서도 피제이와 협업하였다. 그나마 타이틀곡 ‘하루종일’에서 오리지널의 무드를 제대로 재생한 구세대 전자음과 빈지노 특유의 본능적 랩이 최신 욜로(YOLO) 열풍과 맞물리는 화학작용을 일으켜 노곤한 ‘혼족’의 쾌감을 생성해낸다.

메시지의 중첩으로 인해 태반의 곡들이 부진을 면치 못함에도 불구하고 본 앨범이 인상적인 까닭은 ‘On my wave’를 통해 드러나는 ‘파도’에 대한 소회 덕이다. < Lifes Like >이 ‘인생의 결핍’에 대해 논했다면 본 앨범은 ‘파도의 결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중적 성공을 이룸으로써 생에 대한 투쟁을 종결짓고 뮤지션으로서 삶을 만끽하고 있는 빈지노가 현재 가장 갈망하는 것은, 역시나 영감(inspiration)이다. 그는 영감을 기다리는 자신을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에 비유한다. 이제는 예전만큼의 감정적 고통을 만나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영감을 기다리는 심정’ 자체를 음악으로 토로하고 있다. 거센 파도일수록 그것을 이겨내는 성취가 달콤한 법. 비교적 유해진 파도의 물결만큼 음악적 굴곡도 단조로워졌다.

-수록곡-
1. Journey
2. Cross the street
3. 하루종일 [추천]
4. Young knight
5. On my wave (Feat. 김효은) [추천]
6. Don emoji$
7. Up up and away
현민형(musikpeopl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