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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Deewee
소울왁스(Soulwax)
2017

by 임동엽

2017.09.01

투매니디제이스(2manydjs)로도 알려진 벨기에 형제 스티번 드와엘(Stephen Dewaele)과 데이비드 드와엘(David Dewaele)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팀 소울왁스, 그들의 시작은 포스트 그런지였다. 마냥 밝지만은 않던 음악적 스타일이 그런지 록과 잘 어울렸지만, 새로운 곳에 눈을 떴다. 밴드 활동 중에도 클럽을 자주 갈 정도로 전자 음악을 좋아했던 이 청년들은 3집 < Any Minute Now >부터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와 비슷한 시기부터는 다프트 펑크의 ‘Robot rock’과 엠지엠티(MGMT)의 ‘Kids’ 같이 유명한 곡으로 리믹스 앨범을 발매하거나, 디제이 믹스 앨범을 내며 전자 음악으로 발을 넓혔다.

20년이 넘는 활동 중에도 형제는 자생적 예술을 위한 인디 레이블 디위(Deewee)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 레이블에서 밴드가 처음 선보인 싱글 ‘Transient program for drums and machinery’의 라이브를 통해 < From Deewee >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이 곡을 중심으로 사운드를 구축하기 위해 그들은 1명의 키보드 주자와 3명의 드러머를 섭외했다. 뮤지션들은 라이브처럼 원 테이크 방식으로 녹음을 끝냈다. 한 명의 실수로 전원이 재녹음을 해야 하는 까다로운 방식에서도 흔들림 없는 연주가 돋보인다. 미묘하게 다이내믹을 상승시키는 ‘Transient program for drums and machinery’와 반복적인 베이스 라인을 중점으로 역동성을 발휘하는 ‘Missing wires’, 변칙적인 박자가 매력인 ‘Preset tense’가 수록곡 중에서도 충분히 흥미를 유발한다.

신시사이저로 만들어내는 차가운 음의 향연 속에서도 생동적인 타악기 연주가 온기를 불어넣는다. 특히 ‘Is it always binary’와 ‘The singer has become a deejay’의 드럼 연주가 돋보인다. 신스와 타악기가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알맞은 균형감을 이룬다. 그 외에도 끈적거리는 박자감의 ‘Goodnight transmission’은 수록곡 중에서 색다른 리듬을 뽐내며 언뜻 들으면 고릴라즈를 떠오르게 만든다. 전자음의 지배하에서도 ‘Do you want to get into trouble?’, ‘My tired eyes’, ‘Here come the men in suits’는 높은 보컬 비중으로 편하게 다가온다. 타악기처럼 보컬 역시 신스와 대조를 이루며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전체적인 음향은 스테레오 이미지를 중심으로 다채롭다. 사용한 악기가 신스와 드럼밖에 없다 보니 음향에 변화를 많이 주었다. 소리의 위치를 좌우로 확실하게 구분 짓고 자동으로 움직이게까지 한 연출은 지루함을 벗어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Trespassers’에서 킥 드럼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배치한 점이 놀랍다. 현대 팝 음악 대부분에서 킥 드럼은 사운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로 가장 가운데의 밑에 위치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만회하기 위해서 킥의 모양을 강하지 않게 디자인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힘의 균형을 상쇄시켰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의 믹싱에서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이렇게 전자 음악을 잘할 줄 누가 알았을까. 평소에도 좋아하던 음악을 하니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꾸준한 디제이 활동부터 독립적인 레이블까지 경험과 작업 환경도 제대로 갖췄다. 4집 < Nite Versions >가 3집의 리믹스 개념의 앨범인 점을 고려한다면 거의 두 번째 앨범 만에 성공적인 변화를 이뤄낸 셈이다. 거칠고 투박하던 옛 사운드를 다듬어 아주 깔끔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런지의 우울함이 차가운 신시사이저로 되살아났다.

-수록곡-
1. Preset tense
2. Masterplanned
3. Missing wires [추천]
4. Conditions of a shared belief
5. Is it always binary
6. Do you want to get into trouble? [추천]
7. My tired eyes
8. Transient program for drums and machinery
9. Trespassers [추천]
10. The singer has become a deejay [추천]
11. Here come the men in suits
12. Goodnight transmission
임동엽(sidyiii33@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