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기타 없이 만들어진 록 앨범".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소울왁스가 8년 만에 개별 곡 단위로 의미를 가지는 정규작을 공개했다. 편곡과 콘셉트는 4집 < From Deewee >의 결을 따라간다. 브라질 메탈 밴드 세풀투라의 창립 드러머 이고르 카발레라를 비롯 이전 세션들과도 다시 합을 맞췄다. 디지털 정보의 과잉에 대한 경고에 이어 이번에는 < All Systems Are Lying >(모든 시스템은 거짓말한다)이라는 제목으로 미루어 보듯 탈진실의 시대에 중첩된 AI 광풍을 예견하며 요즈음의 불신과 혼란을 꼬집는다.
벨기에 출신의 드와엘 형제가 주축인 이 프로덕션 그룹은 DEEWEE라는 레이블까지 직접 세우며 자체 라디오 방송인 < Radio Soulwax >, DJ 세트를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 투매니디제이스, 수많은 리믹스를 포함한 사운드트랙과 프로듀싱 작업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비영미권 인디 뮤지션이라는 이유로 대중의 가시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한 번도 음악 신을 떠난 적은 없었다. 긴 시간 동안 분주히 움직였던 만큼 트레이드마크인 신시사이저와 타악기 활용에서 이들의 연륜이 짙게 묻어난다.
첫 트랙 ‘Pills and people gone’부터 반복적 타건 음과 변조 음성으로 불안을 일으킨다. 이를 시작으로 미디어를 향한 무의식적 동조를 지적하는 ‘Polaris’, 디지털 자본주의의 허구를 노래하는 ‘The false economy’, 사랑 앞에 모순적인 인간을 풍자한 ‘Idiots in love’처럼 비판적 은유가 넘친다. 동시에 긍정적 미래 또한 중의적으로 담아내며 기계적 신시사이저의 향연 속 인간적 라이브 사운드로 이를 풀어낸다. 자유를 희망하는 ‘Run free’, 새 시대를 제안하는 ‘New earth time’, 삶의 이유를 갈망하며 중추 역할을 하는 대곡 ‘Gimme a reason’이 그 예다.
거짓된 시스템을 논함과 동시에 그 화살은 오롯이 우리를 향한다. 자각 없이 뒤따르면서도 그 시스템에 가담하는 모습을 차가운 눈빛과 따뜻한 마음이라는 상반된 감정으로 지긋이 바라본다. 동정 없이 그저 바라볼 뿐.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인간성의 상실은 언제나 대두되는 문제지만 소울왁스는 이를 음악적으로 극복해 나간다. 사회상을 담았다 한들 모두가 반향을 일으킬 수는 없다. K팝이 그러했던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수준 높은 음악이 자생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수록곡-
1. Pills and people gone [추천]
2. Run free [추천]
3. Meanwhile on the continent
4. New earth time
5. All systems are lying [추천]
6. Gimme a reason [추천]
7. Dshungel
8. Constant happiness machine
9. Polaris
10. The false economy
11. Idiots in love
12. Hot like Sahara
13. Engineered Fantasy
14. Distant symphon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