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관계 위에서 자기 실존을 자꾸 더듬던 < 수잔 >에서의 김사월이었기에 '달아'는 독특하다. 아티스트는 오롯이 그 자신만을 상대로 다툼을 벌였고 그 흔적을 '달아'에 기록해놓고서는 앨범 < 7102 >의 첫머리에 걸었다. 고독은 강한 자의식의 결과물이라 했던가. 김사월이 가진 음악 색채와 '달아'가 그래서 제법 잘 어울린다. 널따랗게 여백을 둔 자신의 공간 속에서 발화자 그 자신만이 완벽하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남들에게는 알듯말듯한 가사를 외롭게 내뱉지만, 목소리는 낭랑하고 멜로디는 또렷한. 이 컬러가 자아에 물음을 제기하는 노랫말과 호응한다. 멀리서 보면 이렇다 할 특징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곡은 담백하고 밋밋하다. 감상의 시야를 김사월의 영역으로 어느 정도 좁혔을 때, '달아'는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