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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김사월
2024

by 염동교

2024.04.01

2014년 데뷔 EP < 비밀 >에서 김해원과 함께 반짝였던 김사월의 음악도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세심한 언어와 섬세한 소리로 국내 포크 신의 기수가 된 김사월은 세계관과 독자성 측면에서 오퇴르(작가주의)의 가치를 지켜내고 있다.


겉표지의 삐딱한 자세와 숏컷 헤어가 드리운 약간의 반항감은 네 번째 정규앨범 < 디폴트 >에 고루 퍼져있다. 사회와 체계에 대한 저항이라기보단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어요”라며 수평선에 뽀죡 튀어나온 자아를 인식하고, 외친다. 외침을 통한 셀프 테라피는 김사월 자신에게서 그치지 않고 타자를 껴안으며 디스코그래피를 관류한 공감 키워드를 견지했다.


은연중 날카롭고 서늘한 노랫말과 달리 음반 초반부는 통통 튀고 밝다. 어쿠스틱 기타 위주의 담백한 구성 외에도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온 팔레트는 < 디폴트 >의 록 색채를 그려냈다. ‘All the young dudes’의 모트 더 후플이나 최근 세상을 떠난 스티브 할리 주축의 코크니 레벨 풍 기타 록은 전기기타를 든 “로커 김사월” 페르소나를 형상화했다.‘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버려요’의 후반부 공간감있게 퍼지는 기타가 앨범의 사운드적 방향성을 가리켰다.


감정의 여러 부면에 가닿는 진솔함은 유효하다.“가을 장미가 피네 찬란할 거도 없이, 매해 피어나면 되니까 아쉬울 것 없지”(‘가을장미’)나 드라마와 스릴러의 묘한 교집합인 쥐스틴 트리에의 칸영화제 수상작 < 추락의 해부 >(2023)을 연상하게 하는“어제 본 영화에 자살한 그 사람을 떠올려, 그 사람 만족했을까?”(‘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는 일상과 예술의 작은 오브제로 빚은 에세이다.


일찍이 멜로디에 강점이 있는 아티스트였으나 "사랑 없는 세상이 디폴트"라는 도입부가 응집력있는 ‘디폴트’와 제목의 알싸함이 벌스의 각인으로 연결된‘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버려요’처럼 선율엔 생기 가득하다. 가창과 선율의 기초를 요하는 포크 신에서 그가 유독 돋보였던 이유기도 하다.


소리와 문학, < 디폴트 >를 통해 김사월은 노래의 기본 미학을 다시금 확보했다. 그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사람에게 울림으로 와닿는 음악을 이야기했다. 음미할수록 진한 향이 우러나오는 가사와 음악적 쇄신의 미덕, 김사월은 소신에 걸맞은 창작의 길을 걷고 있다.


-수록곡-

1.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버려요

2. 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

3. 너의 친구

4. 독약 [추천]

5. 나쁜 사람

6. 디폴트 [추천]

7. 칼 [추천]

8. 못 우는데

9. 호수

10. 가을 장미

11.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밤

12.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 [추천]

염동교(ydk88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