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컨트리 차트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억지로 끼워 넣은 밴조 연주만 빼면 셀프 타이틀 앨범 < Dan +Shay >는 완연한 팝 음반이다. 캐치하고 직관적인 선율, 사랑과 이별을 다룬 가사, 훅 송에 버금가는 반복적인 후렴은 조지 스트레이트의 ‘Run’과 같은 현대적인 곡 작법과 샤니아 트웨인의 메가 히트곡 ‘Man! I feel like a woman!’이 대표하는 1990년대 컨트리 팝 포맷에 빚을 졌다. 덕분에 앨범의 리드 싱글 ‘Tequila’는 빌보드 싱글 차트 21위, 앨범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테일러 스위프트 이후 컨트리 팝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내슈빌 사운드부터 돌리 파튼, 키스 어번, 래스칼 플래츠 등 컨트리는 꾸준히 대중에게 나아가는 방향으로 진화해오기는 했지만 댄 앤 셰이만큼 단순하고 직설적인 음악은 드물었다. 댄 스미어스와 셰이 무니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컨트리 듀오는 작정이라도 한 양 가장 대중적인 코드에 한 번만 들어도 머릿속에 각인되는 멜로디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미스터 빅의 ‘Take cover’가 떠오르는 힘찬 드럼 소리로 포문을 여는 ‘Alone together’, 소프트 록과 컨트리가 만나 강력한 팝 넘버로 탄생한 ‘Tequila’, 클라이맥스를 따라 하기 쉬운 가사로 채워 싱어롱(sing-along)을 유도하는 ‘Make or break’ 등 군더더기 없는 선율이 거대 음반사와 만나 제법 그럴듯한 팝송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특정 코드 워크에 기대는 장르적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조차 단조로움에 막혔다는 것이다. 리드 보컬 셰이 무니는 컨트리와 소울이 블루스라는 끈적한 접착제를 만나 뒤섞인 ‘What keeps you up at night’와 ‘Speechless’에 도전하지만, 컨트리 창법을 버리는 대신 일관된 감정으로 노래를 이끌어 갈 뿐만 아니라 평이하게 진행되는 노래의 구조 때문에 오히려 ‘Tequila’만큼의 감동을 전해주지는 못한다. 2000년대 초반 알앤비, 팝 스타일의 ‘No such thing’ 역시 마찬가지. 스크래치 사운드와 그루브 넘치는 비트가 평면적인 목소리에 생동감을 크게 부여하지 못하고 부유한다.
약 35분의 러닝타임 내내 예측 가능한 진행과 미약하다 못해 부재한 변주는 탁월한 멜로디마저 무력하게 만든다. 물린다는 말이다. 벤조의 음량을 최소화하고 피아노와 밴드 사운드를 강화했지만 커다란 볼륨에도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다. 과속방지턱 한두 개쯤 있어야 달릴 맛이 나는 법이거늘, 아우토반에 뚝 떨어진 기분이다.
-수록곡-
1. Alone together
2. Tequila [추천]
3. What keeps you up at night
4. All to myself
5. Keeping score (Feat. Kelly Clarkson)
6. Make or break
7. Speechless
8. Stupid love
9. No such thing
10. My side of the fence [추천]
11. Island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