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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숨셔 2
염따
2019

by 김도헌

2019.02.01

케이블 프로그램과 무한도전에서 ‘살아숨셔’를 외치던 래퍼 염따는 2016년 동명의 정규 앨범으로 커리어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일상에 밀착한 가사와 연예계 주변인으로의 유쾌한 캐릭터는 염따 앞의 MC 의미를 사회자가 아닌 래퍼로 각인시켰다. 몇몇 논란을 불러온 노랫말의 내용을 두 번째 정규작 < MINA >로 해소함과 동시에 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추가하며 입지를 굳히는 선택도 현명했다.

< 살아숨셔 2 >는 아티스트 염따의 자신감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순간이다.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음악의 길을 굳혔던 데뷔작 ‘하이파이브’의 다짐은 1번 트랙 ‘더 높이’로 이어지며 일궈낸 것과 이뤄야 할 것의 목표를 재설정한다. 쿨한 성공의 서사는 실업수당과 신림동 반지하에서 ‘인싸’가 된 감흥을 담담히 노래하는 ‘zoom’과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Yaya Freestyle’로 이어지며 공감을 부른다.

동시에 그는 어두운 속내와 창작의 고뇌를 진솔하게 털어놓기에 독특하다. 영앤리치 레코드의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와 합을 맞춘 ‘the world is mine’은 창작 과정에서의 자신을 회고하며 성공과 현실의 괴리를 털어놓고, 반가운 이름 양성과의 ‘아스피린’에서는 성공을 위해 달리는 도시인의 고뇌를 씁쓸한 분위기로 전달한다.

그중에서도 ‘운수 없는 날’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장례 ‘공연’을 펼치는 목사와 교회 신도들을 향해 과격한 분노를 토해내는 이 곡은 염따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방구석 폐인, 강동에 사는 유유자적 청년이지만 그 깊은 바탕에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건과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염세적 시각이 있음을 각인하는 것이다.

밝은 초반부와 검은 그림자의 후반부 공존은 이지 리스닝을 지향하는 프로듀싱과 부담스럽지 않은 싱잉 랩, 자유로운 아우라가 맡는다. 염따 표 러브 스토리텔링 트랙으로 시부야계의 터치가 들어간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와 나른한 ‘사랑이 아니야 필요할 뿐이야’는 이런 음악 스타일의 최적화를 들려준다. 작사 작곡 믹스 프로듀싱을 모두 도맡는 능력이 일관성 있는 구성으로 이질감을 줄인다.

동시에 이는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장난스러운 ‘어디야’는 < MINA >의 ‘저나받어’를 계승하는 트랙이나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며 마무리 트랙 ‘없던 것처럼’처럼 평이한 곡은 흘러가버린다. 싱잉 랩에 익숙한 이들에게 ‘zoom’의 랩 스타일은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 살아숨셔 2 >는 준수하다. < 살아숨셔 > 속 강동에 사는 쿨한 아웃사이더, < MINA >의 로맨틱한 남자를 아우르며 한국 힙합 씬에서 지분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소탈하게 그렸다. ‘나랑 동갑인’ 더 콰이엇의 집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고, 종로 3가 지하철역에서 롤렉스 시계를 사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염따. 같이 웃고, 같이 우울하고, 같이 화내다 또 같이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아티스트다.

-수록곡-
1. 더 높이
2. zoom
3. 어디야 (Feat. 뱃사공 & Don mills & Coogie)
4. the world is mine (Feat. Uneducated Kid) [추천]
5. 비행 (Feat. Futuristic Swaver)
6.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추천]
7. 사랑이 아니야 필요할 뿐이야
8. 아스피린 (Feat. 양성)
9. 운수 없는 날 [추천]
10. pow pow (Feat. Chaboom)
11.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12. yaya freestyle [추천]
13. 없던 것처럼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