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따와 딩고가 쏘아 올린 공. 곡이 나오기까지 에피소드 영상만 몇 개 될 정도로 배경이 길지만, 래퍼 아홉이 모여 두런두런 덕담을 쏟아내는 기분 좋은 캐럴이다. 새 앨범을 내고 싶은 쌈디나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염따, 장가가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이루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내년엔 잘 될 거라는 막연한 염원이 ‘연말을 맞이하며 덕담을 주고받는 우리들의 모습’과 똑같아 공감되고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딩고 오디션에서 쟁쟁한 경쟁을 뚫고 뽑힌 노이즈마스터민수의 크리스마스 느낌 제대로 내주는 비트도 좋다. 'Forever 84'보다 라인업이 풍성해진 것도 있지만, 캐럴을 적중해서 찍은 비트 덕분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워낙 가볍게 만들어진 노래이기에 곡에서 큰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염따가 즉흥으로 불러낸 멜로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자리에서 섭외된 게스트, 15분 만에 써낸 가사까지. “재밌겠는데?”로 시작하고 흘러 가는대로 놔둔 콘텐츠가 관심을 받는다. 긴 호흡을 끌어 결국엔 승자 한명을 뽑는 < 쇼미더머니 >가 주는 피로감보다 밈(Meme)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편안하게 접근 가능하다. 재미를 찾아 유튜브를 보는 구독자들과 세로 라이브 시절부터 모바일 영상에 집중해온 딩고뮤직, 84라인 래퍼들의 케미나 캐릭터까지 모든 것이 적절하게 섞여 호응을 얻은 셈이다. 다모임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 조합이 옹기종기 모여 젝스키스(?) 같은 무해한 자켓 사진을 찍을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수백 개의 영상이 쏟아지는 구도에서 이젠 또 어떤 음악 콘텐츠가 주목받을지 정말 아마두 모른다. 마치 티셔츠 하나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염따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