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이 비정기적으로 미처 리뷰하지 못했던 작품을 되짚어봅니다. 이번 리뷰는 이즘에서 ‘2018년 올해의 가요 앨범’으로 선정한 저스디스, 팔로알토의 < 4 the Youth >입니다.
돈과 관계, 꿈에 대해 이 앨범에서 이야기한 바는 2018년 청년 생활권의 정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래퍼로서의 당사자성이 잔뜩 묻어나기에 모든 사회인을 완벽히 대변하긴 어렵지만, 슈퍼 루키로 떠오르던 저스디스와 중견 뮤지션으로 위치를 잡던 팔로알토가 각각 사회초년생과 오랜 사회생활의 시각을 재현한다. 지친 머릿속이 이처럼 구체적으로 표현된 작업물은 드물기에 2018년 청년 사회의 사료(史料)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저스디스의 2014년 믹스테이프 < Money vs. Love: Dream >과 공통 대주제를 공유한다. 하지만 지난 시간만큼 뜨겁게 달궈졌던 시선에 적당한 차가움이 덧씌워졌다. 분노의 자리에 체념이 동석하며 냉철한 생각의 토로가 이어진다. 유사한 제목에서 힌트를 찾자면 4년 전 ‘Fuck it’과 본작의 ‘I like it’은 확연한 차이를 띤다. 또한 한 명에서 둘로 늘어난 만큼 마치 한 팀처럼 랩을 주고받는다. 특히 ‘Switch’ 같은 초반 곡들이 티키타카가 인상적인 예시로, 내용뿐 아니라 청각적 쾌감 또한 놓지 않는다.
팔로알토가 수장이던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포함해 잇달아 등장한 피쳐링 또한 앨범의 몰입을 돕는다. 힙합 특유 무게감과 리듬을 잘 살린 지투와 ‘Wayne’을, 서정성을 보탠 크러쉬와 ‘The Key’를, 구원찬과 오르내림 등 많은 목소리를 빌려 ‘4 the youth’ 등 다양한 이들과 함께하며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환한다. 그중 최고의 협업은 단연 허클베리피와 한 ‘Cooler than the cool’이다. 빠른 템포에 맞춰 속력을 높인 랩도, ‘공익광고는 웃는데 자살률 1위 / 동메달을 아쉽다 말하는 나라에서 자란 우리’ 같은 가사도 뛰어나다. 세 래퍼 모두 역량을 가득 펼쳐 재미와 의미를 다잡았다.
양쪽을 모두 꿰찬 발군은 다음 곡 ‘Seoul romance’에도 이어져 트랙 리스트 중심에서 최고의 순간을 만든다. 그루비룸의 비트 위에 유시민 인터뷰를 서두, 중간, 끝에 삽입해 뜻을 색다르게 강조한다. 앞선 인트로, 인터루드에서 에미넴 발언, 영화 대사 등의 차용에 이은 반복으로 서사적 구조 또한 한층 견고히 다진다. 무엇보다도 두 인물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가사는 가장 개인적인 층위에서 당시 서울의 곪아가는 상태를 누구보다 명확히 설명한다. 리릭시즘의 발현이 이 곡에서 찾을 수 있는 제일의 미학이다. 막바지에 읊은 말들을 되짚는 디제이 스크래치는 듣는 사람들이 곱씹을 틈을 갖도록 하며 명장면을 매듭짓는다.
스물두 곡의 거대한 캔버스에 채운 그림은 가까이서 볼수록 디테일한 생동감을 자아낸다. 생활에 맞닿은 익숙한 단어를 쓰기 수월한 힙합 특성을 한껏 살려 고층 빌딩, 한강을 달리는 심야 버스와 그 아래 취한 청년들을 그렸다. 스마트폰 속 대화까지 생생하게 불어나는 맥락은 당시에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더 오랜 시간이 지날 미래에도 2018년을 각인할 것이다. 힙합의 쇠락까지도 논해지는 현재지만 당시엔 힙합이 국내를 지배하다시피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장르로 보나 메시지로 보나 당대 청년층의 언어를 이토록 잘 풀어낸 음반은 찾기 어렵다. 역사책 외부 한 켠에서 한국 현대를 명확하게 인쇄한 작품이다.
-수록곡-
1. 4 the kids (Intro)
2. Ayy (Feat. JINBO)
3. Switch [추천]
4. I like it
5. My life so bright (Feat. YunB)
6. Wayne (Feat. G2) [추천]
7. 잠궈 (Feat. Illinit)
8. Zombies
9. Slump
10. Slump (Interlude)
11. Next one
12. Cooler than the cool (Feat. Huckleberry P) [추천]
13. Seoul romance [추천]
14. Moonlight (Feat. Chancellor)
15. Sensitive (Interlude)
16. The Key (Feat. Crush) [추천]
17. Bro
18. Love & drunk (Feat. Ugly Duck)
19. Brown eyed view (Feat. CIFIKA)
20. Fuck out my face (Feat. 뱃사공)
21. No reason
22. 4 the youth (Feat. 오르내림, 예서, 구원찬, Cherry coke, 민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