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하다. 한 작품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그가 겪은 서사와 심리상태들을 옮긴 트랙들이 완전하게 배치되어있다. 네 개의 스킷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거나 흐름을 바꾸는 작법은 트랙간의 유기성을 유지하는데 제 역할을 하며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구성은 단순한 래퍼가 아닌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연출가로서의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기도 한다. 욕설과 거침없는 표현들을 사용해 자신의 우월함과 강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은은하게 연약함을 비추는 연출효과 또한 감상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높은 수준의 래핑은 트랙마다 색다른 쾌감을 준다. 돈에 집착하는 현 사회가 낳은 돌연변이임을 자처하는 ‘씹쌔끼(Motherfuck Part 2)’에서 선보이는 탁월한 완급조절과 ‘아뜰리에(Atelier)’에서의 톤을 변화시키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스킬은 상당한 흡인력을 지닌다. 음반을 제작하던 당시 겪었던 고뇌를 표출하는 첫 트랙 ‘Motherfucker’와 호기로운 경고를 던지는 ‘Doppelganger’ 등 다수의 트랙에 장착된 인상적인 훅은 곡의 중심을 잡는다. 또한 이 활약들은 프로듀서 디프라이(Deepfry)가 제공한 무게 있고 밀도 높은 비트와의 뛰어난 조화를 이루는데, 특히 혼란 등의 화자의 심리 상태를 대변한 여러 샘플링의 운용과 배치는 큰 전달 효과를 보인다.
(최면상태를 빌려 과거 자신이 저지른 비윤리적인 행동들과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사고방식을 회상하는 ‘씹쌔끼(Motherfuck Part 2)’와 스탠드업 코미디언 루이스 C.K.의 혐오스러운 만담을 비트 위로 옮긴 마지막 트랙 ‘JUSTHIS’ 등, 무차별한 가사가 주는 불편함을 뒤로한다면) 운율을 유지하는 목적으로 사용된 단발성의 영어 가사가 의미 없이 소모된다는 점이 음반의 유일한 흠이다. 그러나 이 단점을 상쇄할 만큼 음반은 색다른 경험과 쾌감을 선사한다. 음반엔 음원 차트 정상이나 높은 위치에 오르려는 것보다 아티스트로써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태도가 적극 반영되어있다. 그 욕심의 산물인 < 2 MANY HOMES 4 1 KID >는 올해 가장 흥미로운 데뷔작이자 괴작이 될 것이다.
-수록곡-
1. Motherfucker [추천]
2. HOME. 1
3. 씹쌔끼 (Motherfuck Part 2) [추천]
4. HOME. 2
5. 노원 (No One) (Feat. 선우정아) [추천]
6. HOME. 3
7. I ain’t got none (Feat. DJ Djanga) [추천]
8. Veni, Vidi, Bitch (Feat. 팔로알토, 오케이션)
9. Sell the soul
10. HOME. 4
11. Doppelganger [추천]
12. 아뜰리에 (Atelier)
13. Welcome to my HOME
14. JUS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