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거침없는 워딩과 빈틈없는 랩으로 한국 힙합 신을 도려내던 그가 부드러이 사랑을 읊조리는 모습은 아무리 이미지에 한차례 연성화(軟性化)를 가한 후라도 낯설다. 기존의 비타협적인 태도와 대비되는 작년 < 쇼미더머니 9 > 출연이 혹자에게는 변절로 치부되고 있는,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해야 할 결정적인 순간이기에 더욱 치명적이다. 아티스트가 기존의 굴레에 갇힐 필요는 없다. 다만, 변화에 매력과 설득력은 따라와야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적어도 저스디스는 현재 힙합 신에서 그런 존재다. 행보 한 걸음 한 걸음이 리스너들의 이목을 잡아끌고, 입방아를 찧게 하는.
대중성을 노렸다고 하기에는 귀에 꽂히는 멜로디도 없고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나 의도도 읽히지 않아 관계에 대한 평면적인 노랫말만이 남는다. 그마저도 멜로디에 최적화되지 않은 여전히 날카로운 목소리와 부조화를 이루며 충돌한다. 무난한 비트가 조성하는 나른함 위로 싱잉이 주도적인 곡에서 타격감 있는 2절의 랩이 도리어 가장 잘 들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가올 정규 앨범의 궁금증만을 증폭하는, 쉬이 뜻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곡이다.
방송 출연으로 확보한 커리어 상의 분기점이 기존의 힙합 노선 외에 뜻하는 어떤 길로도 뻗어갈 수 있는 교차로를 마련했다. 하지만 의도한 모든 음악에 도전하면서 늘 질 좋은 결과물을 빚어내는 일은 언제나 극복해야 할 더 많은 과제를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