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가볍고 홀가분해졌다. 전작 < 화기엄금 >을 가득 메웠던 타이트한 랩과 무거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미디엄 템포 리듬의 부드러운 싱잉 랩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근래 공개된 사이먼 도미닉의 음악 중 가장 힘을 덜어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그의 여유가 매끄러운 신스 멜로디 속에 깃들어 있다. 일전에 ‘귀가본능’에서 증명되었던 프로듀서 슬롬과의 합이 이번에도 깔끔한 케미를 불러일으킨다.
안정감과 편안함이 더해진 사운드는 대중에게 친근함을 유발하는 래퍼 정기석의 이미지로도 이어진다. 그의 생일을 자축하는 의미를 가진 곡이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과 함께 있더라도 근원적인 공허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랩 스타의 모순을 노래한다. 아티스트 본인뿐 아니라 현대인들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이 보편적인 외로움은 ‘짠해’에서부터 대중의 공감을 자아내는 것에 탁월했던 그의 특이점이 다시 한번 발휘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