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nl League Begins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
2011

by 홍혁의

2011.10.01

현대의 대중 사회는 결국 이미지 쟁탈의 각축장이다. 기업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설정하기 위해 거금을 쏟아 붓고, 정치인은 경쟁자와의 공집합을 최소로 하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애먼 불특정 다수를 공략하여 쓸 데 없는 비용을 초래하느니 자신에 맞는 이미지를 선별하여 소비하는 특정 부분집합을 포섭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주류 음악계에 발을 담군 이상, 사이먼 디 역시 포지셔닝의 갈림길에 빠지게 된다. 지금까지 슈프림 팀의 행적은 다수의 대중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연성화된 힙합의 나열이었다. 그동안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가 내놓아 재미를 본 친파티 성향의 '슈퍼 매직'이나 발라드 멜로디를 코러스로 장착한 '그땐 그땐 그땐'이 그 예다. 물론 예능활동이 큰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부담 없는 음악 스타일은 실제로 단순 시청자를 고정 팬으로 옭아매는 기제로써 작용했다. 인지도는 상승했으며 TV에 '힙합 아티스트'라는 명함으로 얼굴내밀 수 있는 몇 안 되는 신생 우량주가 되었다.

이쯤 되면 예상 가능한 수순이다.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모르지만 힙합 커뮤니티의 은근한 낙담 혹은 의도적인 무관심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하면 뮤지션은 이에 대한 반작용 성격의 결과물로 반격한다. 뮤지션이 피드백을 철저히 배제하거나 힙합 커뮤니티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소멸될 수 없는 애욕의 순환 고리! 꼼수 한 번 썼다가는 여지없이 공론장에서 퇴출당하기 십상이기에 더욱 냉혹한 동네가 그 곳이다.

고담 시티와 다를 바 없는 장내에서 비난을 잠재우고자 그 남자는 스스로 더 흉포해졌다. 디시 코믹스(DC Comics)에서나 볼 법한 안티 히어로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선과 악 중 안티 히어로가 인간의 암면을 온 몸으로 상징하는 메타포이듯 이번 앨범은 작정하고 거친 화법으로 윽박지른다.

하지만 악당은 단순하게 이미지를 빌려온 도구일 뿐임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무엇을 향한 반동일 것인가. 언더 뮤지션? 소위 리스너? 이들을 정의로운 영웅으로 설정하고 스스로를 안티 히어로로 정의하지는 않았을 터이고. 결국 앨범의 기조와 일치시키기 위해서 혹은 과잉강조하기 위한 손쉬운 상징으로 끌어온 것이다.

앨범의 면면을 살피면 이미지의 과잉은 확연해진다. 이미지를 명확하기 위한 도구 중에 하나는 사나운 부산 사투리다. 인트로에 이어서 '에헤이', '컴플렉스'까지 특유의 부산 억양이 도드라진다. 이는 영리한 전략이다. 경상도 사투리만큼이나 한국 사회에서 남성성을 대변하는 도구가 어디 있겠나. 사이먼 디는 한국 힙합 계에서 남성미라는 개념을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색과 연관 지어 부각시킨 고무적인 사례다. 게다가 부산 사나이라는 캐릭터를 예능 프로그램까지 끌고 왔다. 자신을 규정짓는 결정적인 존재감의 잔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힙합에서 필수적인 수컷의 이미지까지 병행하여 각인시킨 셈이다.

거친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본 이즘과의 인터뷰에서도 토로했듯이 주류에 진출하면서 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문제는 방송사의 심의 규제였다. 이제는 굳이 자기검열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단어 선정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어졌다. 누구나 제목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퍽이나'에서 헤이터들에게 육두문자 포화를 선사한다.

외형적인 변화를 꾀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었는지는 미지수다. '경상도'와 '걸걸한 본새'의 신선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앨범의 콘셉트를 충실히 이행했는지도 의문이다. 앞에서 열거한 강성 트랙 몇 곡을 제외하고는 후반부에 도달할수록 이전의 고분고분한 기조로 되돌아온다. 이 앨범 한 장으로 캐릭터의 대역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여지를 발견했다고 보기에는 충분치 않은 것이다.

문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실리를 따지느냐, 명분을 따지느냐. 사이먼 디는 이번 작업을 통해 명분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슈프림 팀보다 개인의 전술적 운용 여지가 넓었던 기회였음에, 기본 취지의 잣대에 빗대어본다면 강렬하게 터지지 못한 오발탄이다.

-수록곡-
1. 퍽이나(Intro) (feat. DJ Friz) [추천]
2. 에헤이(Eh hey) (feat. 조휴일 of 검정치마)
3. 컴플렉스 (Complex 3) (feat. B-Free, 지구인 of 리듬파워) [추천]
4. 짠해 (Cheerz)
5. 히어로 (Hero)
6. Stay cool (feat. Zion. T) [추천]
7. 끈 (No more) (feat. jonggigo)
8. 해부 (Body rock)
9. 힘 (We got) (feat. 다이나믹 듀오, Boston Horns)
10. 혼자만 남은 오후 (Gettin' Better)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