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실력과는 관계없이 개성 있는 음색 하나로 많은 인기를 얻는 오늘날이지만, 쏠은 정통과 트렌드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는 본명인 이소리로 < 보이스 코리아 2 >에 출연, 파워풀한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알앤비 가수들을 연상케 했다. 2017년 정식으로 데뷔한 그는 싱글 ‘Ride’와 ‘Slow’로 대중과 인사했지만 이후 자신의 음반을 내지는 않았다. 널리 이름을 알려야 할 시기에 그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이번 음반은 정규 1집이 아니라 콜라보레이션의 결과다. 쏠의 소속사이자 보아, 방탄소년단, 빅스를 비롯해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가수들의 곡을 만든 디바인 채널과 다이나믹 듀오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아메바컬쳐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Ride’, ‘Slow’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협업 과정에서 과감한 시도가 담긴 음악을 선보일 수는 없었겠지만, 유사한 느낌의 곡을 연달아 발표하면 이전 발매 곡 보다 주목받기 어려운 조건에 놓인다.
쏠은 지금까지 낸 모든 곡을 공동 혹은 단독으로 작사, 작곡하고 편곡까지 참여한 싱어송라이터다. 열아홉의 쏠과 지금의 쏠을 생각하며 쓴 ‘Nineteen’은 이전에 공개한 ‘Slow’의 ‘잠깐 멈춰도 돼 / 그래도 돼’와 같은 가사처럼 자신과 듣는 이를 위로하는 곡이다. ‘흠’은 쏠이 단독으로 쓴 짧은 노래이지만 그의 역량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진한 알앤비 보컬로 기억되던 그가 차분하게 가사를 짚어나가는 모습에서 스펙트럼이 넓은 가수라는 인상을 준다.
세련된 분위기를 장착한 쏠은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인다. 팝을 즐겨 들으며 자랐다는 그의 매력은 영어 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Think’에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음반에서는 쏠의 개성이 오롯이 담기지 않았다. 그루브한 비트가 돋보이는 ‘같은 마음’은 따마의 싱잉랩이 더 각인되는 구조다. ‘Ride’에도 따마의 피처링이 있지만 ‘같은 마음’과 달리 쏠이 곡을 장악하는 형태였다. 포근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Lovin' U’는 피에이치원의 랩이 쏠의 보컬과 어우러지지 않아 곡 전체 긴장감이 사라진다.
쏠은 이곳에서 자기 색깔을 완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콜라보레이션도 좋지만, 그보다는 솔로 가수로서 개성을 살려야 한다. 좋은 음색이지만 노래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현재 활동 중인 젊은 알앤비 가수들과 유사하다. 알앤비, 힙합 뮤지션과 협업하는 모습을 보면 수란 혹은 후디가 떠오른다. 쏠은 기본 실력도 있지만 여기에 작사, 작곡 능력도 보유한 싱어송라이터다. 비슷한 뮤지션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는 일에 집중할 때다.
-수록곡-
1. 같은 마음 (Feat. THAMA)
2. Lovin' U (Feat. pH-1)
3. Think [추천]
4. Nineteen [추천]
5.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