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데뷔 이후 ‘Beautiful’, ‘어떻게 지내’ 같은 발라드곡을 성공시키며 꾸준하게 차트에 이름을 새긴 크러쉬는 대중이 선호하는 그의 음악과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첫 작품 이후 지금까지 발매한 여러 장의 미니 앨범은 본인의 진짜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새로운 시도 끝에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 From Midnight To Sunrise >에서 드디어 그 결론을 도출했다.
앨범은 1990년대 알앤비의 재현으로 시작하나 위대한 선배들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2번 트랙 ‘Wake up’은 아날로그 소리와 미래 지향적인 전자음의 묘한 관계를 크러쉬와 딘의 목소리가 중심으로 배치되어 색다른 해석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아카펠라의 형식을 빌려온 ‘Alone’, 코러스와 편곡에서 앞선 세대를 투영한 ‘With you’를 내세우며 앨범의 첫 번째 주제를 다시 강조한다. 대중성을 버리지 않는 결과물은 한 가지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고민을 녹여내고 싶은 의지를 드러낸다.
두 번째 목적은 6번 트랙 ‘티격태격’을 지나 확실해진다. ‘Sunset’은 다른 결을 지닌 곡으로 단순한 기타 리프로 시작한 멜로디는 여러 악기가 더해져 공간을 확장해 거대한 소리의 세계로 인도한다. 보컬 역시 음악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두어 착실하게 소리를 위한 실험을 진행한다. 소울 재즈의 향기가 나는 ‘Butterfly’와 2년 전 겪은 공황장애의 아픔을 버려진 옷에 비유한 ‘Cloth’까지 앨범의 후반부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지켜내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선보인다.
크러쉬는 < From Midnight To Sunrise >의 수록곡 전체를 세밀하게 다루어 음악에 대한 진심을 표현한다. 화려한 데뷔부터 지금의 인기를 얻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성찰했다. 이번 앨범은 어제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 그려낸 뚜렷한 청사진이다. 나아갈 방향을 잊지 않고 기지개를 켠 크러쉬의 일출이 출발선에 섰다.
-수록곡-
1. From Midnight to Sunrise
2. Wake up (Feat. Dean) [추천]
3. Wonderlust (Feat. Band Wonderlust)
4. With you
5. Alone
6. 티격태격 (Feat. DPR LIVE)
7. Sunset [추천]
8. Butterfly
9. Ibiza [추천]
10. Cloth
11. Sleep no more
12. 잘자 (Feat. Zi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