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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Tenet)
루드비히 요란손(Ludwig Göransson)
2020

by 김진성

2020.09.01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opher Nolan)은 자신의 영화에 현실을 배경으로 시간이라는 개념을 복합적으로 설계해내는데 전문가이다. 학문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해 관객들이 복잡다단한 스토리의 얼개를 풀어내게 만든다. 가히 군계일학,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선두주자다. 지난 2000년 그 시발점이 된 작품 <메멘토>(Memento)는 본질적으로 영화를 역순으로 실행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의 삶을 탐구했다. 이후 <프리스티지>(The Prestige)를 포함해 <인셉션>(Inception), <인터스텔라>(Interstellar)와 같은 영화에서 연달아 보여준 독보적 시각은 대부분은 꿈속에서 더 깊은 꿈으로, 그리고 블랙홀을 통한 행성 간 여행 중 발생하는 시간적 특성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주제에 대한 변형을 다루었다.

그의 최근작 <덩케르크>(Dunkirk)마저도 2차 세계대전 중 1940년 프랑스의 덩케르크 해변에 고립된 40만 명의 연합군을 탈출시키는 사상 최대의 작전을 세 가지 관점에서 보여주면서 시간적 전개의 순서를 모두 흩어 재편성했다. 모두 다른 시간적 관점에서 사건을 경험하게 한 것이다. <테넷>(Tenet)에 이르러 놀란 감독은 이전의 그 어떤 작품보다 시간과 현실이라는 이중적 개념을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Covid 19 Pandemic) 난국을 뚫고 개봉한 영화 <테넷>(2020)은 주인공 존 데이비드 워싱턴(John David Washington)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발진시킨다. 오페라 하우스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감행한 후 “테넷”이라는 극비 스파이 조직에 채용된 익명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그는 “007 제임스 본드”와도 같은 비밀 첩보요원으로 활약한다. 전직 CIA요원이었던 그는 “테넷”이 근본적으로 제3차 세계 대전의 발발을 막는 임무를 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극비조직의 리더들은 총알, 차량, 심지어 사람과 같은 물리적 물체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현재의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도 또는 반전'(Inversion)라는 기술의 존재를 발견한 상황.

이 기술은 러시아 무기상이자 과두군주 안드레이 사토르(Andrei Sator)의 손에 넘어간 상태다. 사토르 역은 영화감독이자 배우로 유명한 케네스 브레너(Kenneth Branagh)가 연기했다. 극비첩보조직 테넷은 사트로가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비밀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극의 주역은 “테넷”의 해결사인 닐(로버트 패틴슨 분)과 짝을 이뤄 사토르의 계획을 무산시킬 작전을 펼친다.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힘을 가진 갑부권력자에게서 지구를 구할 구원자로서 둘의 협공은 영화에서 스펙터클한 장관과 함께 하는 관건.

한편 사토르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 분)과 삼각관계를 이루면서 주인공을 둘러싼 극의 구성은 다소 드라마틱한 순간을 만들어내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긴장감 넘치는 강력한 액션과 팽팽한 극적 긴박감을 견제할 장치로 감정에 호소하는 인간적 관계에 또 다른 방점을 찍으면서 양동작전을 펼친 셈. 놀란이 디자인한 이 모든 극적 구성은 매우 매력적이고 잠재적으로 흥미진진한 상상력을 불러낸다.

거기엔 실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장면전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테넷”은 그야말로 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로 압도적이다. 프로덕션 디자인, 영화 촬영 및 편집 모두 최고 수준의 경지를 자랑한다. 전투 액션 시퀀스는 물론 스턴트 작업이 투입된 대규모의 시각충격은 대단하고, 특수효과는 놀랍다. 특히 전투병력, 헬리콥터, 차량, 폭발물 및 총알로 점철된 소대 전체가 시간에 따라 앞뒤로 동시에 달리는 최종 시퀀스에서 극에 달한다. 문제는 그런데, 이 모든 경이로움이 거의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언급한 놀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복잡다단한 각본을 제공해 관객들의 뇌리를 온통 휘젓는다.

순차와 역순, 역전과 역전되지 않은 장면들이 혼재하는 가운데 이야기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전방으로 후방으로 그리고 다시 비순차적으로 보는 이의 기억을 밀었다 당겼다 뒤집었다 엎었다 갈팡질팡 중심을 못 잡게 유도한다. ‘테넷’ 소속 병사 편대가 총을 쏘고, 기갑차를 운전하고, 폭발물을 터뜨리는 장면의 연속적 전개, 소련의 '폐쇄된 폐허도시‘에서의 전투에서 놀란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특히 압권이다. 기술과 과학에 대한 초 집착과 밀도를 헤아릴 수 없는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놀란 감독의 장인정신은 뭐라 단언해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만 같다.

놀란이 빚어낸 이 모든 혼란의 마지막 요소는 결국 영화의 사운드 믹스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타난다. 그간 압도적인 사운드 믹스를 영화에서 들려줬던 놀란은 이번 <테넷>에서 그 강도를 더욱 증폭시켰다. 효과음향과 음악이 뒤섞인 소리의 융합은 대사와 배경을 아우른 다양한 소리의 조합이자 영상에 맞게 재단된 사운드디자인이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자음이 회전하듯 순회하며 관객의 후두부를 강타하게 설계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각과 달리 주위는 산만해지기 마련. 스웨덴 출신 제작자 겸 작곡가 루드비히 괴란손(Ludwig Göransson)의 오리지널스코어는 시각적 절망에 덧붙여 청각적으로 못지않은 충격을 가한다. 엄청난 수의 데시벨에 합쳐진 난폭함과 함께 쿵쾅거리며 위압하는 소리의 융단폭격이라 할 만하다.

괴란손은 놀란과 정기적으로 협업해온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가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의 최신작 <듄>(Dune)에 전념하게 되면서, 대신에 <테넷>에 합류했다. 마블 코믹스 시리즈 블랙 팬서(Black Panther)로 오스카상을 수상하고, 별칭 차일디시 갬비노(Childish Gambino) 도널그 글로버와 같은 아티스트와의 공작(Collaboration)을 통해 영화와 대중음악계의 주요 연주자로 터를 잡은 괴란손은 현재 이 마당에서 가장 핫한 유망주라는 점. 짐머의 대를 잇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재능의 소유자다.

놀란은 자신의 영화에 매우 구체적인 음악적 요구를 하는 걸로 유명한 제작자로서 짐머가 가장 확실한 단짝이라고 할 수 있지만, <테넷>은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와 <다크 나이트> 삼부작과 연계해 음악적인 면에서 그 계보를 잇는다고 볼 수 있다. 시야를 조금 더 넓혀 보면 요한 요한손(Jóhann Jóhannsson)의 두 작품 <컨택트>(Arrival)와 <시카리오>(Sicario), 힐두르 구르나도티르(Hildur Guðnadóttir)의 <조커>(Joker)와 같은 일련의 명작들과 비견해도 손색이 없다.

선율 즉 멜로디가 가벼운 한편 분위기가 무겁고, 주제가 되는 악상 즉 테마가 있고 이를 변주해내는 방식보다는 리듬에 집중하는 편이며, 소리의 크기 즉 볼륨과 저음 측면에서 수치를 강화하는 식이다. 주로 현악기와 금관악기, 타악기를 편성한 오케스트라와 전자음악 즉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이종 교배한 하이브리드 악보를 써냈다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제작 후반에 키보드로 작업한 대량의 음향 조작이 최종적으로 가미되어 나온 결과물은 시각과 함께 소리의 충격으로 멍하게 마취되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

더욱 흥미로운 것은 괴란손이 영화의 전반적인 시간 개념과 조작을 어떻게 파악하고 음악적으로 접근했느냐 일 것이다. 이는 악보에서 음악이 역방향으로 재생되게 물리적 특성을 가하는 연주로 나타나고, 다방면에서 실험적이고 매혹적인 방식으로 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때론 전통적인 방식으로 연주되다가 반전된 것처럼 들리기 때문에 음악이 잘못된 방식으로 녹음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영화의 이야기 전개방식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한편 처음부터 음을 거꾸로 연주하게 한 것처럼 들리는 것은 나중에 반대로 되돌릴 때 올바른 순서로 연주한 것으로 들리면서 기괴하고 초현실적인 음질로 다가온다.

음의 동적인 방향을 왜곡하기도 하고, 혼란을 더욱 심화시키기 위해 괴란손은 때로 이 두 가지 유형의 조작된 음표를 서로 대위적으로 활용했다. 앞뒤로, 뒤에서 앞으로, 번갈아 교차해 쓰는 이러한 방식은 특히 ‘Rainy Night in Tallinn’, ‘Trucks in Place’, ‘The Algorithm’, ‘Inversion’과 같은 지시 악곡에서 두드러진다. 과거와 미래, 두 개의 서로 다르게 병존하는 주인공 주도자가 과거와 미래에서 자신과 싸울 때, 연속된 장면에 사용된 음악으로 인해 관객은 서로 다른 듯 같은 두 개의 시공간을 순간 이동하는 절묘한 경험을 음악과 음향의 총화인 괴란손의 사운드스코어를 통해 공유하게 된다.

괴란손은 또한 영화의 중요한 열쇠인 고대의 회문 사토르 광장(Sator Square)에 근거해 음악적 회문을 만들었다. ‘사토르’(sator), ‘아레포’(arepo), ‘테넷’(Tenet), 그리고 ‘오페라’(opera)와 ‘로타스’(rotas)가 바로 그것. 이 다섯 개의 라틴어는 사각형 대칭모양 내에서 2차원 회문으로 배열되는데, 이 다섯 단어는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토르’는 캐네스 브레너의 캐릭터, ‘아레포’는 두 개의 고야 그림을 모사한 스페인 위조 화가의 이름, ‘테넷’은 영화의 핵심 조직, 오페라는 오프닝 장면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로타스’는 영화의 주요 액션 시퀀스 중 두 가지가 발생하는 저장 장치를 운영하는 노르웨이 회사의 이름이다.

이러한 영화의 극적 구성에 기반, 괴란손은 본질적으로 원형이고 대칭적인 음악을 매우 섬세하게 직조했다. 미세한 음악의 세포들은 같은 지점에서 시작하고 끝나고, 크레셴도(crescendo)의 양 정점에서 같은 음표를 사용하여 같은 방식으로 상승 및 하강한 다음 반복하여 최면 리듬 펄스를 만들어낸다. 그의 악보에 대한 사고 과정은 이처럼 매혹적이고 탁월하고 지능적으로 작용하지만, 영화의 문맥에서 이 모든 것이 사운드 믹스로 인해 분명히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전자악기로 다양하게 조작해낸 음악은 명백히 들린다. 괴란손이 악기로 괴이한 소리를 만들어낸 순간들도 있다. 그러나 모든 소리의 섬세함과 복잡성은 겹겹이 세워진 사운드의 벽에서 완전히 길을 잃는다. 폭발, 총알, 헬리콥터 블레이드, 트럭 엔진 등, 놀란의 시나리오 내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볼륨과 주변 배경소음이 화면을 지배하는 가운데 괴란손의 음악은 타악기의 강력한 리듬과 맥동하는 전자음이 영상을 반주한다. 실로 엄청난 폭음이 연달아 터져 나온다.

사운드트랙에 실린 괴란손의 음악은 영화의 장면전개와 함께 기억의 파편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 타임에 준해 1시간 반 동안 음악과 음향의 소리매김이 공존한다. 생생하게 혼합된 전자음, 멜로디를 희생하며 끊임없이 강타하는 타악기 리듬이 음악적 추상화를 그리고, 때로는 위압적인 소리의 크기로 다가온다. 음악의 대부분은 액션에 지배적으로 조응한다. 오페라 공연장에서 전개되는 도입부 장면을 반주하는 지시곡인 ‘Rainy Night in Tallinn’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영화가 오케스트라의 악기조율 소리로 시작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뒤틀리고 반전되어 자체적으로 붕괴되기 전에 오페라 하우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다. 괴란손의 액션음악 스타일은 전체적으로 무겁고 공격적이며, 엄청난 사운드의 폭발에 의존하고, 강력한 타악기 리듬, 순환하는 전자음 텍스처, 현악기와 금관악기, 강렬하게 반복하는 전기기타 연주 및 키보드 사운드를 겹겹이 결합한 일종의 사운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나 <덩케르크>(Dunkirk)와 같은 스코어와 비견해도 좋을 만큼 흥미진진한 박진감을 동일하게 전해준다.

이 악상은 이어서 장면을 지시하는 곡에서 계속된다.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간에 일어나는 장면을 강조하는 ‘Freeport’와 ‘Inversion’은 공히 긴장과 기대감을 준다. 독특하게 윙윙거리는 모티프를 가지고 있다. 산만하게 반복되는 전자음의 융화와 육중한 베이스음이 주도하는 한편 드라마틱한 현의 울림이 주제악상을 되새긴다. ‘747’의 전반부 대부분은 영화 <인셉션>(Inception)의 ‘Dream is Collapsing’을 명확하게 리모델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두운 호른의 반주가 그러한데, 후반부는 매우 실험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어지는 ‘Foils’는 이중 선체 쌍동선이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는 바다 장면을 강조하는 음악이다. 율동적으로 반복하는 전자음과 함께 건반의 극적인 선율이 전개되는 곡의 구성은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의 영화음악을 연상케 하는 대목. 에스토니아의 도로에서 쫓고 쫓기는 서사적 차량 추격전을 강조하는 ‘Trucks in Place’는 긴박하게 반복하는 리듬과 신디사이저에 의해 생성된 전자음, 보코더에 의해 최면 처리된 가창, 전기기타에 의한 굉음이 순차적으로 혼융돼 매우 남성적이고 공격적인 장면연출을 뒤받친다.

모든 액션장면의 배경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대규모 사운드스코어링은 피아노와 스트링 협연이 극의 감성적인 주제의식을 대변하는 ‘Windmills’, 윙윙거리는 전자음으로 강약을 반복해 들려주는 ‘Meeting Neil’, ‘Priya’과 ‘Betrayal’과 같이 더 조용한 자기성찰의 순간에 의해 균형을 이룬다. 느리고 방황하듯 떠도는 화음과 더 미묘한 리듬 톤을 사용한 이상의 네 곡은 조용한 불확실성의 분위기를 창출한다. 톤의 변화와 약간의 맥동하는 리듬이 혼재할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른 상황에서 가차 없이 잠시 중단된다. 아마도 가장 좋은 예는 ‘뭄바이에서 아말피까지’일 것이다. 등장인물 캣이 처한 상황과 그녀의 내면을 반영하듯 혼란스럽고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아들과의 격리, 사토르와의 관계에 대한 그녀의 불행, 그리고 주인공 주도자가 제공하는 평화와 자유의 잠재력이 괴란손이 쓴 매우 차분하고 뉴 에이지(New Age)적인 사운드로 표출된다.

영화를 위한 악보에서 가장 불안한 악상은 케네스 브레너의 사토르 캐릭터와 관련해 나타난다. ‘Sator’와 ‘Red Room Blue Room’, 그리고 ‘747’과 같은 지시적 악곡에서 괴란손은 놀란 감독이 마이크에 대고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소리 샘플을 가져와 쌕쌕거리는 목소리로 조작해냈다. 이는 개념적으로 한스 짐머가 놀란의 할아버지 회중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를 샘플링해 <덩케르크>의 스코어에 활용한 것과 유사하다.

숨 쉬는 소리는 브레너의 캐릭터가 어떤 형태로든 화면에 나타날 때마다 나타나는데, 거꾸로 된 사람들은 정상적인 공기를 폐로 흡수 할 수 없고 마스크와 인공호흡기를 통해 호흡해야한다는 영화의 개념과 직접 연관된다. 사토르의 성격과 관련하여 사용하면 그가 더 무섭고 더 위협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 요점이었을 것이고, 그 쓰임은 절묘하게 작동한다. 스코어의 나머지는 대부분 낮은 음조(key)로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조성하고, 비명을 지르는 전자 사운드가 산재해 있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영화의 피날레와 스코어는 오래된 방사성 광산 위의 사용되지 않은 구 소련의 '폐쇄 된 도시'에서 진행된다. 사토르는 전도(Inversion)를 가능케 할 주요장치를 배치하고 여차하면 폭발시켜 세계를 파괴할 수 있게 했다. 주도자, 닐과 함께 수백 명의 군 병력이 역전 및 비 역전을 통해 지상공격을 감행하고 사토르의 계획을 방해한다. 극의 마무리를 구성하는 네 가지 악상은 ‘Retrieving the Case’, 더 고전적인 느낌의 ‘The Algorithm’, ‘Posterity’, ‘The Protagonist’이며, 대부분 그 이전에 기세 등등 거센 음악들이 등장한다. 영화의 종반부에 사용된 이 지시악곡들은 주인공에게 아우라를 부여하는 주제적 악상인 메인 테마를 함유하고 있다. 빠른 영상 전개의 속도에 준해 박자 위주의 음속과 폭음이 영화적 감상을 마비시키는 가운데 사색적인 감흥을 불러내는 테마 음악은 그러나 한스 짐머의 <인셉션>에 사용된 사운드트랙 ‘Time’의 서사적인 품질을 원하지만 그 경지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종영인물자막(End Credit)과 함께 대미를 장식한 사운드트랙은 트레비스 스콧(Travis Scott)으로 유명한 힙합가수 자크 웹스터(Jacques Webster), 완다걸(Ebony Oshunrinde)과 함께 괴란손이 공동으로 작곡하고 웹스터가 노래한 ‘The Plan’이다. 'Trucks in Place'에서 우뢰와 같이 강력한 베이스라인 리듬 훅(hook)과 보코더로 처리된 보컬 악상에 근거, 괴란손이 쓴 악보의 샘플을 사용해 뛰어난 효과를 낸다. 영화 전반에 쓰인 스코어를 토대로 제작된 노래는 별도가 아닌 필수요소. '007 제임스 본드'시리즈의 주제가가 본질적으로 테마음악에서 영감을 가져오는 것과 동일하다. 괴란손의 몽환적인 사운드질감과 조화를 이룬 스콧의 보컬이 호소력 짙은 팝송.

<테넷>의 음악은 테마와 멜로디보다 소리의 질감, 리듬, 볼륨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인셉션>, <덩케르크>, <컨택트>와 공통점이 많다. 윙윙거리며 선회하는 드론 사운드와 전자악기에 의해 조작 및 왜곡되고 샘플링된 사운드를 하이브리드적 관점에서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이종 교배한 사운드스코어이다. 영화의 텍스트 내에서 반응정도는 관객들이 느끼는 그대로일 것이다. 하지만 음악만 독립적으로 들을수록 상당히 다르고, 꽤 흥미롭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전자악기 조작, 선율 반전 및 회문에 의거한 작곡은 영화가 탐구하는 개념과 직접 관련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문맥에 맞게 짜인 괴란손의 음악을 이해하면 그 배후에 은밀하게 숨은 뉘앙스를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사운드트랙에 실린 곡 목록
01.Rainy Night in Tallinn(탈린의 비오는 밤)(8:01)
02.Windmills(풍차)(5:16)
03.Meeting Neil(닐과의 만남)(2:16)
04.Priya(프리야)(3:24)
05.Betrayal(배신)(3:56)
06.Freeport(프리포트)(3:39)
07.747(7:05)
08.From Mumbai to Amalfi(뭄바이에서 아말피까지)(4:26)
09.Foil(포일/뒤엎다, 저지하다)(3:11)
10.Sator(사토르)(2:51)
11.Trucks in Place(제자리에 있는 트럭)(5:32)
12.Red Room, Blue Room(빨간 방, 파란 방)(3:29)
13.Inversion(도치, 반전, 역위)(3:32)
14.Retrieving the Case(가방을 되찾다)(3:20)
15.The Algorithm(알고리즘)(5:58)
16.Posterity(후세)(12:42)
17.The Protagonist(주인공, 주역, 주도자)(4:48)
18.The Plan(계획)(3:05)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