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만나기 쉽지 않다. 지난 2년간 세상은 급속도로 바뀌었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대신 비대면 소통을 보편화했다. 마스크 없이 활짝 웃는 얼굴을 꿈꾸는 데서 시작한 에픽하이의 신곡은 방향을 틀어 익명성에 기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악플러를 겨냥한다. 가시가 돋친 듯 날카로운 가사는 팬데믹이 야기한 위험 요소와 맞닿아있고 오는 12월에 발표될 < Epik High Is Here 下 >의 톤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을 짐작하게 한다.
2014년 작 ‘Born hater’의 동생곡처럼 들린다. 곡의 스케일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베이스가 강조된 강력한 비트가 전반적으로 날 것의 록 사운드를 구현하며 직설적인 가사의 뒤를 받친다. 정교하게 설계된 타블로의 버스(verse)와 후렴 뒤 등장하는 저스디스의 스킬풀한 12마디는 묵직하고 반복적인 비트를 날카롭게 파고들며 곡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다만 미쓰라의 랩은 라이밍과 박자감 측면에서 단조롭고 밋밋하다. 오토튠에 트랩비트를 버무린 식케이의 훅은 그 자체로는 불균질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곡의 흐름 덕에 큰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고 투컷의 편곡과 비트 메이킹 능력이 다시 빛을 발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