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점수가 낮거나, 취업문을 넘지 못하거나 우리는 실패할 때마다 종종 ‘한강 간다’라는 표현을 쓴다. 일렁이는 하천 위에 기차가 다니지 않는 거대한 철교가 주는 중압감은 그 자체에서 오는 것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청년이 갖는 마음의 짐이 얹혀있기 때문이다.
검은잎들은 ‘철교 위를 걷는 점점 작아지는 나’에 주목한다. 떨리는 목소리와 불안한 발걸음을 사운드로 구현하듯 피아노와 기타 등 최소한의 악기로 느림의 미학을 건네고 고독하게 울리던 보컬은 작아 보이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분출하며 응축과 발산을 표하고 있다. 1970년대의 포크 발라드 특유의 음울함을 그대로 가져오며 요즘의 정신적 좌절을 노래한다. 딱 거기까지. 그 이상의 희망이나 응원을 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위로 곡이 되는 이유는 진솔함과 따뜻함이 여기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포크의 또 다른 이름인 청춘을 잘 읽은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