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오토바이 헬멧을 쓴 머리와 국소 부위만을 가린 나체의 몸이 이루는 대비가 곧 음악을 대변한다. 신보의 제목으로 바이크를 뜻하는 'Moto'와 어머니를 가리키는 'Mami'의 합성어를 내건 스페인 출신의 가수 로살리아는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세계를 통합한다. 온갖 요소가 어우러진 혼돈 속의 아름다움이다.
끊임없이 몸을 뒤틀며 < Motomami >는 전작 < El Mal Querer >에 의해 이미 희미해진 고전과 현대의 경계를 완전히 파괴한다. 절반 가까이 아카펠라로 채운 플라멩코 ‘Bulerias’와 역동적인 레게톤 리듬에 ‘치킨 데리야키’를 훅으로 투척하는 ‘Chicken teriyaki’가 대표적이다. 전통과 트렌드, 자전적 이야기와 도발적인 언어, 차분함과 공격적인 태도가 혼재한 예측불가능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기존의 관습은 자연스레 무너지고 만다.
다층적인 구조는 곡 단위로도 드러난다. 가냘픈 피아노에 일본 성인 만화를 키워드로 한 'Hentai'는 말미에 총격을 복제한 드럼 머신 사운드를 갑작스레 등장시켜 쾌락의 순간에 폭력의 역전극을 덧씌운다. 반대로 'Cuuuuuuuuuute'의 애절한 브릿지는 기계적인 비트 사이로 순간적인 인간성을 부여한다. 복잡한 전개 속 산만함의 여지를 차단하는 무기는 역시 목소리. 랩과 가창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보컬이 전반을 아우르며 다양한 스타일과 메시지를 질서 있게 묶어낸다.
첫 트랙 'Saoko'에서 선포한 거듭되는 변신과 탈피의 근거는 팝스타의 유한성을 쓸쓸하게 토로하며 음반을 매듭짓는 'Sakura'의 마지막에서 찾을 수 있다. 단서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에 불은 아름답다'는 가사다. 일찌감치 끝을 직시한 젊은 아티스트는 망설이며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화려하게 타오르는 길을 선택한다. 계속되는 과감하고 실험적인 행보의 불씨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방향은 전진을 가리키지만 뿌리는 과거에 존재한다. 'Motomami', 유년기 친구들이 공유하던 이름이자 바이크를 타고 다니던 어머니의 모습을 나타내는 단어다. 지난날의 추억은 아티스트의 철학이 되어 하나의 음반으로 귀결된다. 뒤돌아본 개인의 역사에 미래가 있었고, 이 둘을 연결 지으니 현재가 되었다. 더 이상의 수식어는 불필요하다. < Motomami >는 바로 지금 로살리아의 음악이다.
-수록곡-
1. Saoko [추천]
2. Candy [추천]
3. La fama (Feat. The Weeknd)
4. Bulerías
5. Chicken teriyaki [추천]
6. Hentai [추천]
7. Bizcochito
8. G3 n15
9. Motomami
10. Diablo
11. Delirio de grandeza
12. Cuuuuuuuuuute [추천]
13. Como un g
14. Abcdefg
15. La combi Versace (Feat. Tokischa)
16. Sakura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