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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
로살리아(Rosalía)
2025

by 남강민

2026.01.17

대중음악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음악 시장 속 전통의 역할을 제시한 로살리아는 이제 그 틀을 질문한다. 스스로 갈고 닦은 자아와 라틴 문화를 재료 삼은 데뷔작 < Los Ángeles >는 퓨전 음악의 전형성을 가볍게 뛰어넘었고 직전 < Motomami >는 장르의 농도를 높이되 그 경계를 완전히 해체하며 새로운 팝의 형태를 실험했다. 나쁜 사랑을 벗어던진 여성 서사 < El Mal Querer >의 도발 역시 의식성을 다루었으나, 속박된 채로 신의 은총인 듯 빛을 가득 머금은 표지 속 얼굴은 이전의 파격을 상회하는 비범함을 예고한다. < Lux >는 대중음악과 가장 먼 곳에서 시작해 그 중심을 다시 정의하려는 전지적 시도를 담은 앨범이다.

탈 형식을 외쳤던 지난 행보의 폐허에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오래된 규칙이 세워졌다. 종교라는 주제에 걸맞게 형태는 보편적이고 보수적인 클래식, 청취의 용이를 고려한 3분 내외의 러닝타임 구성은 팝의 논리에 가깝다. 서두 ‘Sexo, violencia y llantas’로 연 전반부는 인간과 신성에 대한 이분법적 서술로 출발해 각 악장이 거듭될수록 세속에서 영성으로 이어가고, 4악장의 ‘Magnolias’를 끝으로 이별의 소회를 남기며 서사를 마무리한다. 고전의 형식을 빌렸을 뿐 구획 간의 자연스러운 주제 전이는 철저히 현대적 해석에 맡겨진다.

영적 아우라나 장엄함을 연출하는 것은 클래식의 구조보다 기능을 극대화하는 다른 통속적인 변수와의 결합에 있다. 오페라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독백 아리아(Aria)는 영적 동반자에 대한 항상적 헌신을 드러내는 ‘Mio Cristo piange diamanti’에서 사용되어 별도의 장치 없이도 고뇌의 감정을 상승시키는가 하면, 진혼곡으로 쓰이는 레퀴엠(Requiem)은 플라멩코 특유의 비극적 정서와 호응해 ‘Berghain’의 전위성에 익숙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실험적인 아티스트 뷰욕과의 협업 등 극적인 구현 덕에 두 트랙의 급격한 분위기 낙차조차 서사적 장치로 용인된다.

< Lux >가 가장 고조되는 순간은 그토록 닿고자 한 천국을 그릴 때가 아니다. 그는 현실적이기도, 신비롭기도 한 동서양의 여성성에 자신을 투영하며 신에 버금가는 절대적인 정체성의 힘을 가시화한다. 그렇기에 전통성 짙은 ‘La rumba del perdón’이나 플라멩코 에너지의 원천과 같은 박수 ‘Palma’의 존재감은 이야기 속 다양한 신앙 코드보다도 더욱 강력하다. 운명만큼 질긴 토착성 역시 앨범을 지탱하는 일종의 현실적 신성이다. 포르투갈 민요인 파두(Fado) 가수 까르미뇨(Carminho)와의 호흡도, 직접 발화한 13개의 언어도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도구로 쓰인 셈이다.

끝없이 신을 말하지만 그것이 신앙 고백을 뜻하지는 않는다. 전통의 소리로 영성을 노래하는 결과물은 그저 매개일 뿐, 곳곳에 남겨둔 팝의 단서를 따라가면 고통과 헌신을 통해 본질을 실현하고 서로를 치유하는 인간만이 남아있다. 플라멩코의 의식을 계승했음에도 진취적인 아방가르드 팝을 선도하는 로살리아. 그의 음악은 넓은 스펙트럼으로 팝의 가능성을 가늠한다.

-수록곡- 
1. Sexo, violencia y llantas 
2. Reliquia [추천]
3. Divinize
4. Porcelana
5. Mio Cristo piange diamanti [추천]
6. Berghain (With Björk & Yves Tumor) [추천]
7. La perla (With Yahritza Y Su Esencia)
8. Mundo nuevo
9. De madrugá [추천]
10. Dios es un stalker
11. La yugular
12. Sauvignon blanc [추천]
13. La rumba del perdón (With Estrella Morente & Sílvia Pérez Cruz)
14. Memória (With Carminho)
15. Magnolias [추천]
남강민(souththriver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