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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witched
레이베이(Laufey)
2023

by 이승원

2023.11.01

재즈가 주류에서 벗어난 지도 아득한 기간이 지났다. 호텔 라운지나 카페, 백화점의 배경음으로써, 혹은 일부 마니아층으로부터의 선별적인 수요만 있을 뿐 지금의 재즈는 주류의 문화라고 보기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핵심은 재즈가 너무 ‘어렵게’, 또 ‘멀게’ 느껴졌음에 있다. 특유의 배타성을 지닌 이 장르를 특히 젊은 세대에게 친절히 설명해 줄 인물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 Bewitched >의 주인공, 중국계 아이슬란드인 싱어송라이터 레이베이(Laufey)는 과연 이 큐레이터 역할의 적임자다.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인 모친과 재즈 마니아 부친 사이에서 태어나,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1999년생의 이 젊은 아티스트는 그 출신에 걸맞게 쿨 재즈의 우아함을 베드룸 팝의 정서와 결합, 클래식한 기법과 젊은 감각으로 구현해내며 Z세대를 강하게 설득할 힘을 드러낸다.


전작이자 데뷔작인 < Everything I Know About Love >에서도 빛을 발한 이 방법론을 레이베이는 < Bewitched >를 통해 더욱 뚜렷하고 두꺼운 소리로 강화했다. 작법에서의 근본적인 차이는 없으나 소리의 밀도와 채도를 끌어올리며 더욱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조성, 기존 색채에 설득력을 더하려는 모습이다. 재즈 스탠더드인 ‘Misty’를 통째로 가져오거나 오케스트라를 직접 초청하며 고전미와 정통성을 더욱 강조하는 방법도 맥락은 마찬가지다.


작품이 더욱 인상적인 지점은 이렇듯 고전성을 견지하면서도 결코 소리가 좁은 방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분위기를 환기하며 핵심 트랙으로서의 효과를 발휘하는 ‘From the start’의 보사노바는 여전히 깔끔하고, 디즈니 영화를 연상시키는 ‘Bewitched’ 등에서의 스탠더드 팝은 고혹적인 음색과 함께 바로크 팝 특유의 아련함마저 빚어낸다. 더불어 인디 록의 구성미와 전진성까지 이식하는 ‘While you were sleeping’, ‘Lovesick’까지, 특유의 친근하고 섬세한 터치로 레이베이는 이렇듯 다양한 소리를 한 줄기의 굵은 감정선에 성공적으로 집약해냈다.


젊은 세대가 재즈를 보는 시선, 새 시대의 재즈, 엘라 피츠제럴드에 대한 2020년대의 답장이 여기에 있다. 약과와 달고나가 다양한 디저트 위에 몸을 맡기듯, 빌 에반스와 쳇 베이커의 오랜 감성을 기꺼이 현대적 달콤함에 끼얹는 독보적인 수작 < Bewitched >는 그 부족함 없는 완성도로 젊은이들에게 섭취될 채비를 완벽히 마친다.


- 수록곡 -

1. Dreamer [추천]

2. Second best [추천]

3. Haunted

4. Must be love

5. While you were sleeping [추천]

6. Lovesick [추천]

7. California and me(Feat. Philharmonia Orchestra) [추천]

8. Norcturne

9. Promise

10. From the start [추천]

11. Misty

12. Serendipity

13. Letter to my 13 year old self

14. Bewitched [추천]

이승원(ibgalatea116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