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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sh (가시)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2023

by 한성현

2023.11.01

듣는 재미가 확실한 곡이다. 시작을 알린 ‘In bloom’이 대중적인 선율의 신스팝에 드럼 앤 베이스 리듬을 은근하게 배치했다면 두 번째 EP < Melting Point >의 타이틀곡 ‘Crush (가시)’는 제목처럼 조금 더 난폭하고 날카롭게 가시를 드러낸다. 재생과 함께 맹렬하게 질주하다 잠시 숨을 고른 후 후렴에서 저지 클럽 리듬을 쏟아내는 역동적인 구조가 러닝타임 내내 귀를 꽉 잡는다.


귀와 함께, 혹은 그에 앞서 눈을 사로잡아야 하는 특성상 K팝은 종종 균형을 잃고 퍼포먼스를 위한 배경음악이 되기도 한다. 팬덤을 사로잡아야 하는 남성 아이돌에게 이는 더 빈번한 일이다. 공간감과 질감을 생생하게 부각한 드롭의 위력은 이런 염려를 가라앉히고 그 자체로도 충분히 승부를 건다. 드문드문 어색한 발음 처리와 긴장이 가득 들어간 듯한 목소리로 인해 멤버들이 곡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크지만, 마냥 유행 수용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 해석을 적절히 꾀한 덕분에 불안감보다는 흥미로움이 우세하다.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