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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거처
이승윤
2023

by 김호현

2023.11.01

전작 < 폐허가 된다 해도 >와는 다른 결이다. 이전의 그가 희망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에 집중했다면 < 꿈의 거처 >는 그저 그가 꿈꿨던 소망과 가까이에 서 있다. 사회의 이면을 유쾌하면서도 퍽 아프게 꼬집었던 공격성의 양상도 바뀌었다. 지적에 그치지 않고, 자신 있게 그 슬픔 안으로 들어간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었던 소설 속 주인공처럼 감정을 관조하며 아픔을 회피했던 자신을 후회하는 듯 노래를 놓아준다. 자연스레 감성은 크게 자라났고, 그 방향은 산발적이다.


마치 섬세해진 정서를 증명하는 것처럼 음악도 신중하다. 밝은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풍부해지는 사운드와 무섭도록 주술적인 반복으로 몰입을 유도하는 이승윤 특유의 록 스타일은 여전하나 그 전략의 가짓수가 이전보다 다양하다. 가벼운 편곡의 부드러운 곡 ‘애칭’부터 잠비나이의 이일우가 참여한 ‘야생마’처럼 리듬을 변용하는 강한 록까지 다채로운 풍격의 노래들이 음반에 담겼다. 음악이 언어라면 사용하는 문체가 다양해진 셈이다.


최지인 시인의 시를 빌려온 ‘1995년 여름’이나 개인적인 고백을 담은 ‘기도보다 아프게’같이 내밀한 감정에 집중한 노래들을 ‘웃어주었어’, ‘영웅 수집가’ 등 콘셉트에 충실한 노랫말의 곡들과 섞어 내어 메시지의 태도를 다양하게 설정한다. 음반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욕구를 얼마간 내려놓은 인상이다. 이 변화가 이승윤이라는 캐릭터의 심경을 구석구석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까진 그가 그려내려고 했던 세계를 통해 추론된 어떤 의지가 그의 감정을 짐작하게 하는 가장 큰 도구였기에 이렇게 가까워진 그의 내면은 다른 가수들의 솔직한 노출보다 새롭고, 짙게 느껴진다.


앨범의 이름과 제목이 같은 곡 ‘꿈의 거처’는 그의 달라진 자세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상상하게 한다. 그가 꿈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연장했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는 해석이다. 그는 전작의 마지막 트랙 ‘흩어진 꿈을 모아서’에서 이 주제를 희망, 즉 미래 시제와 연결한다. 그리고 이번 ‘꿈의 거처’에선 ‘내 꿈의 거처는 아무래도 너여야 아무래도 너여야만 해’라며 미래 시제에 현재의 당위를 결합한다. 이러한 고리는 분명 논리적 비약이지만 그는 도약의 결과로 생기는 어떤 안정감을 획득한다. 이 과감한 점프가 그를 더 편하고, 자유롭게 만들어 준 것으로 비춰진다.


이승윤의 꿈엔 거처가 마련됐다. 그 공간을 밟고 내딛는 다음 걸음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런데 그의 이 불안함은 독특하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의 가사에서 표현된 것처럼 희한하게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장 난 나침반이 설령 우리를 울음 끝으로 인도한다고 해도 괜찮은 까닭이 항상 가까이에 있다는 걸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온은 노력으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가 기꺼이 슬픔을 껴안을 수 있었던 힘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수록곡-

1. 영웅 수집가

2. 말로장생

3. 누구누구누구

4. 꿈의 거처 [추천]

5. 시적 허용

6. 1995년 여름 [추천]

7. 야생마 (Feat. 이일우 From 잠비나이) [추천]

8. 비싼 숙취

9. 웃어주었어

10. 기도보다 아프게 [추천]

11. 한 모금의 노래

12. 애칭

김호현(hoizm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