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다음 타자를 부르는 콜 신호를 데뷔곡의 제목으로 결정한 것만 봐도 이들의 지향점은 분명해진다. 소속사 선배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를 참고한 이 당찬 노래는 자신감으로 차있고 곡 장악력은 재계약에 성공한 걸그룹처럼 의기양양하다. 풋풋함으로 치장한 어수룩함도 없고 겸손함으로 위장한 두려움도 거부한다. 거침없는 등장이다.
트랩과 이모 힙합이 바탕인 ‘Batter up’은 흐트러짐 없이 정확하게 맞물려있지만 식품첨가물로 뒤덮어 재료 본연의 맛을 가린 자극적인 음식 같다. 오히려 브릿지가 끝나고 분위기가 전환되는 2분 40초부터가 곡 전체 분위기를 이끌지만 그 길이는 짧다. 흐릿한 딕션 때문에 의미 전달이 안 되고 가사는 정확하게 들리지도 않는다. 이것은 외지인 멤버가 많기 때문이 아니다. 구성원 전원이 외국인인 블랙스완의 노래보다 가사가 더 안 들린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모든 가수는 소속사와 상관없이 음악과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