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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p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
2024

by 정기엽

2024.11.26

YG 전 세대 뮤지션을 총동원한 본 앨범은 막내 그룹에게 거는 기대감을 방증한다. 마스타 우, 지드래곤부터 송민호, 프로듀서 초이스37과 위너와 주로 작업한 에어플레이까지. 데뷔곡인 ‘Batter up’ 리믹스를 포함하면 트레저 최현석과 악뮤 이찬혁도 이름을 올렸다. YG의 공신들이 모였기에 소속사 특유의 힙합, 알앤비와 EDM 색채가 강하다. 이 한 음반으로도 레이블의 수십 년을 아우르기 충분하다.


하지만 쟁쟁한 크레딧의 이름값은 양날의 검이다.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하지만 이미 2000년대, 2010년대에 소비된 디자인의 음악들에서 시대감각까지 포함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수록곡 ‘Love, maybe’는 블랙핑크 ‘Stay’가, ‘Love in my heart’는 신인 시절 투애니원이 떠오르며 헤리티지만을 강조할 뿐이다. 목소리만 다른 채 약 10년간 활용된 기타,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유사한 모양으로 맴돈다. 베이비몬스터만의 강점이 곡에 엮이지 않아 해당 곡이 2024년에 되풀이되어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태양 ‘링가 링가’, 아이콘 ‘이리오너라’처럼 구전으로 퍼진 멜로디를 차용하는 작법을 그대로 따른 랩 유닛 곡 ‘Woke up in Tokyo’는 가장 아쉬운 성과다. 쉬운 음계가 적절한 사용을 넘어 난무하다 보니 유치하다는 인상을 준다. 반대로 올드스쿨 힙합 사이 노래를 효과적으로 얹은 ‘Really like you’나 라틴 팝 속 가성이 매력적인 ‘Billionaire’는 보컬, 랩 멤버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신예답지 않은 능숙한 가창력이 프로듀서가 차린 밥상을 야무지게 삼킨다.


두 타이틀 곡은 뚜렷한 YG 자아와 베이비몬스터의 소화력이 균등하게 들어맞는 조합이 차지했다. 전원이 랩에 도전하는 곡은 (여자)아이들 ‘My bag’, 영파씨의 경우가 있듯 처음은 아니지만, 힙합 특유의 멋을 잘 아는 제작진이 만든 ‘Click clack’은 멤버 전원의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자신감을 표출한 ‘Drip’은 가장 잘 다루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위에 기세등등한 멋을 구사한다. 아현의 3단 고음을 하이라이트에 두지만 되려 그게 흐름을 깬다는 점을 제외하곤 말이다.


싱글과 EP를 거쳐 도달한 첫 정규 앨범은 질적으로 우상향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내부적인 성취가 K팝 전체에서의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거울만 보며 매무새를 다듬을 게 아니라 집 안의 수많은 사람과 소통해야 할 때다. ‘YG표’는 첨가제였을 때는 소구점이 분명한 재료지만 그것이 주가 되면 오히려 힘을 잃는다. 소속사 색채의 주입 정도가 앨범 속 질적 차이를 만든다는 점이 명확한 증명이다. 어느새 정형화된 스타일을 조금 거둔다면 베이비몬스터는 비로소 진정한 괴물로 도약할 것이다.


-수록곡-

1. Click clack [추천]

2. Drip [추천]

3. Love, maybe

4. Really like you [추천]

5. Billionaire [추천]

6. Love in my heart

7. Woke up in Tokyo (Ruka & Asa)

8. Forever

9. Batter up (Remix)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