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감성과 분명한 속도감을 동시에 쟁취하는 것은 분명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제는 꽤 길다 말할 수 있는 K팝의 역사 속에서도 극소수의 그룹만이 도달한, 팝의 극지에 가까운 영역이다.
아일릿은 대담하다. 에프엑스, 레드벨벳, 뉴진스 등 걸출한 그룹만이 포획에 성공했던 몽환과 발랄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조준한다. 부드럽고 신비로운 색채를 작품 내내 유지하며 분위기를 잡고 템포를 시종일관 속도감 있게 쪼개며 댄스 팝 기조를 명확히 밝힌다. 음악적 색채부터 보컬 구성, 비주얼 디렉팅까지 하나의 ‘민희진류’, ‘민희진-라이크(like)’ 걸그룹을 정신적 지향점으로 잡는 듯한 모양새다.
모티브는 소속사 선배인 뉴진스나 < Russian Roulette >의 레드벨벳 같은 민희진 스타일에서 얻었겠지만 해석 과정과 표현 방식은 댄스 팝의 최근 추세와도 닮았다. 예컨대 몽환 속 질주감이라는 기조에 정확히 부합하는 ‘Midnight fiction’의 경우 ‘Ditto’와 닮음과 동시에 세세한 음악적 구성과 색채에서 아리아나 그란데(‘We can’t be friends’), 트로이 시반(‘Got me started’), 핑크팬서리스(‘Pain’, ‘Blue’) 등 현 세대 댄스 팝 리더들을 연상시킨다. 마치 핑크팬서리스가 브레이크비트(Breakbeat)의 질주감에 베드룸 팝의 정서를 이식한 것처럼, 보폭이 짧은 류의 댄스 팝을 몽환적, 공상적 정서로 풀어내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흥미는 배가된다.
이토록 방향성이 분명하기에 흔들림이 없다. 이달의소녀 계열의 공간감이 돋보이는 인트로 ‘My world’부터 반복적이고 간결한 멜로디 구성이 빛나는 ‘Lucky girl syndrome’까지 모든 트랙이 일정한 호흡으로 진행되면서 작품은 분명한 정체성을 확보한다.
하나의 분명한 흐름 속에서 각 트랙의 다양성을 성공적으로 역설한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특히 어텀(Autumn!), 섬머스(Summrs) 등의 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플러그앤비(PluggnB) 사운드를 K팝의 시각으로 연성한 타이틀 ‘Magnetic’은 그 시선이 상당히 날카롭다. 그룹이 추구하는 음악적 색채와 신생 걸그룹으로서의 캐주얼한 이미지에 모두 들어맞는 채택이다.
눈 앞의 최선을 다한 구상과 구성, 잘 짜여진 즉흥성에 충분한 만족감이 밀려온다. 포화된 걸그룹 생태계 속 미래를 장담할 순 없겠으나, 차세대 K팝의 키를 쥐어잡을 자격이 아일릿에게 있냐는 물음에 < Super Real Me >가 주는 해답은 긍정이다.
-수록곡-
1. My World
2. Magnetic [추천]
3. Midnight fiction [추천]
4. Lucky girl syndrome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