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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 Like You
아일릿(ILLIT)
2024

by 정기엽

2024.11.09

아일릿이 걸어가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중독성 있는 후렴의 반복으로 귀를 사로잡기. 해당 전략으로 발표한 데뷔 EP < Super Real Me >는 ‘Magnetic’, ‘Lucky girl syndrome’ 등을 쏘아 올리며 확실히 이름을 각인했다. 대다수 K팝 그룹 첫 활동의 목표 지점이 대중에게 존재를 알리는 데 있을 테니 성공적인 계산이다. 덕분에 숏폼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반년도 안되어 스트리밍 4억 회를 달성하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다만 ‘Magnetic’의 전술을 이번 타이틀 ‘Cherish (My love)’에 거의 그대로 끌어왔다. 복고적으로 변하고 더 차분해졌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심은 같다. 전작의 ‘You’가 ‘츄’로, 자음만 치찰음으로 바꾼 채 후렴에 잔존하며 이전 방식을 답습한다. 다음 곡인 ‘Iykyk’도 알파벳 다섯 자를 외는 훅은 마찬가지여서 결국은 또 비슷한 걸 한다는 감상이 남아 흡인력이 반감된다. 포인트를 주는 방법에 유의미한 변주가 있어야 한다.


성장의 발자국도 드러난다. 목소리의 구분이 어렵던 전과 달리 얼핏 듣기에도 각자의 개성이 또렷하다. 앞선 곡들보다 템포를 낮춘 ‘Pimple’에서 보컬을 이끄는 민주, 윤아 외에도 모카의 음색이 인상적이다. 사이 사이 얹은 기타 리듬이 아일릿과 은은하게 잘 맞는다. 평범한 전개지만 각운을 주 재료로 이끌어가던 팀이 이 곡을 불러 특별하다. 앨범 내에서 유일하게 계산의 논법을 벗어나 순수하게 좋은 곡이다.


빌리 ‘기억사탕’, 최예나 ‘네모네모’ 등 K팝에 스며드는 게임 음악 느낌을 극대화한 ‘Tick-tack’은 재치가 넘친다. 기계음을 버무린 훅과 신시사이저 베이스가 아일릿의 발랄한 이미지에 정확히 명중한다. ‘Pimple’과 반대 척도에 존재하며 상반된 매력을 구가하는 셈이다. 오히려 주력으로 어필하는 지점보다 끝자락의 두 곡이 앨범의 가치를 높인다. 아일릿의 또다른 갈래길을 선보일 대안이 이것이라면 충분히 강점이 될 명석한 시도다.


유지와 진취의 위치가 바뀌었다. 모두가 드러내기 바쁜 시장에서 숨은 보석은 무용하다. 변화를 발끝에 둔 채 오리발을 힘차게 저을 게 아니라 서두에 두고 흔들어야 눈길을 끈다. 나름의 변신을 시도했으나 양식이 같으니 티가 미미하게 난다.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어느 누구도 엇비슷한 물건을 살 여력이 없다. 아일릿이 취해야 할 다음 동작은 안 쓰던 근육을 쓰는 것이다.


-수록곡-

1. I’ll like you

2. Cherish (My love)

3. IYKYK (If you know you know)

4. Pimple [추천]

5. Tick-tack [추천]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