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타일라의 물결은 소셜 미디어에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매혹적인 춤으로 사람들의 알고리즘 곳곳에 스며든 ‘Water’는 빌보드 싱글 차트 7위에 올라 아프리카 여성 솔로 뮤지션의 최고 기록을 갱신했고, 그래미 시상식도 올해 신설한 베스트 아프리칸 뮤직 퍼포먼스 부문 트로피를 선물했다. ‘Calm down’의 대성공으로 아프로비츠를 널리 각인시킨 레마(Rema)의 맞은편에 선 그는 아마피아노(Amapiano) 진영의 현 대표주자다.
2010년대 후반부터 아프리카 지역에서 서서히 인기를 끈 아마피아노는 하우스와 남아공의 콰이토(Kwaito)에서 유래한 장르로, 근래 댄스 신을 배경으로 하여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다. 다만 플레이리스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부분의 트랙이 클럽에 적합한 곡인 반면 타일라는 여기에 알앤비 스타일 보컬과 명확한 후렴을 덧붙인 ‘팝피아노(Popiano)’로 자신의 음악을 정의한다. 아프리카의 색채와 서구 팝의 요소를 결합한 일종의 이종교배다.
낯선 면모와 익숙함의 공존이라는 흥행 공식을 간파한 앨범이다. 이미 좋은 선례가 된 ‘Water’를 앞뒤에서 보조하는 ‘Safer’와 ‘Truth or dare’가 그 예시. ‘이국적’이라 부를 만한 리듬과 쉽게 다가서는 멜로디의 뼈대를 공유하는 현장에서 팝 차트 추가 공략 의지를 확인 가능하다. 더불어 트랙 단위 인상보다 요동치지 않는 흐름을 우선시한 구성은 스트리밍 시대 개막 이후 끊길 기미 없는 이지리스닝 음악의 수요에 전적으로 부합한다.
풍부한 대중성은 엇갈리는 시선 또한 낳는다. 주로 삶의 애환과 사회 비판을 담은 아마피아노의 정신과 달리 앨범의 텍스트는 일상적 연애담과 정열적 육체 결합에 그치고, 더군다나 팝스타가 되려는 아티스트의 지향점은 서구 주류 문화에 편입하기 위한 장르의 사포질로 보일 여지가 있다. 미국 시장이 그를 반기는 것도 그가 수용하기 적당한 안전지대 내에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마냥 호의적이지 않은 스포트라이트에 타일라는 그저 거듭되는 확장으로 대답한다. 거나(Gunna)와 트래비스 스콧처럼 수직적 순위 상승을 염두에 둔 힙합과의 협업 못지않게 수평적 크로스오버를 꾸려 긍정적 명분을 함께 챙기고 있다. 아프로비츠 뮤지션 템스가 참여한 ‘No.1’과 댄스홀 DJ 겸 래퍼 스킬리벵을 초대한 ‘Jump’, 라틴 팝의 스타 베키 지와 함께한 ‘On my body’는 특정 문화권 대변자로의 무게를 회피하는 동시에 음악적 다양성을 마련하는 영리한 도구다.
처음의 충격 이후 두 번째 해일은 곧바로 다가오지 않는다. 빠르게 대중적 성공을 맛본 타일라는 데뷔작에서 섣불리 또 다른 담론을 형성하는 대신 편안하게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중이다. 침착하게 문을 두드리는 그는 대륙과 인종, 문화까지 모든 경계를 허물 아프로 팝의 지속적 침공을 알린다. 마치 찬찬히 빠지는 썰물처럼 다음을 예고하는 앨범이다.
-수록곡-
1. Intro (With Kelvin Momo)
2. Safer [추천]
3. Water [추천]
4. Truth or dare [추천]
5. No.1 (Feat. Tems)
6. Breathe me
7. Butterflies
8. On and on
9. Jump (With Gunna & Skillibeng)
10. Art [추천]
11. On my body (With Becky G)
12. Priorities
13. To last
14. Water (Remix) (With Travis Sco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