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콘셉트를 내걸었던 에스파의 흥행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대는 과거 ‘사이버 가수’를 ‘버추얼 아이돌’로 가요계에 부활시켰다. 그중 5인조 보이그룹 플레이브는 음원 차트에서의 높은 순위와 공중파 음악방송 트로피 등 큰 족적을 남기며 대표주자로 발돋움한 팀이다. 아이돌이 본래 실재와 허구 사이를 맴돌고 있지만 본격 ‘가상’ 키워드가 주는 심리적 진입장벽은 어쩔 수 없기 마련. 플레이브는 정공법인 쉬운 음악으로 대중과의 거리를 좁힌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에서 여타 K팝과 다른 점을 찾아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뮤직비디오는 기본, 각종 방송 출연까지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는 플레이브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현실에 침투하려 한다. 음악도 그렇다. 데뷔곡 ‘기다릴게’와 직전 활동곡 ‘Way 4 luv’까지 활동곡 대부분을 부드러운 팝 록 사운드와 편안한 멜로디로 가꿨다.
신곡 ‘Pump up the volume!’은 여름을 겨냥한 것인지 제목의 느낌표처럼 비교적 에너지를 많이 실었지만 이 힘이 모이지 않고 분산되고 있다. 뮤직비디오에만 들어갔다면 충분했을 라디오 멘트 형식의 도입부 나레이션, 대체로 강세를 준 나머지 후렴을 제외하면 지나치게 튀는 멤버들의 음색 처리, 그전 노래들과 비교해봐도 유독 어색한 랩 파트 등 당혹스러운 구간이 많다. 평탄했던 커리어에 갑작스러운 흔들림을 주는, 의중을 알 수 없는 싱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