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19.99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2024

by 신동규

2024.10.05

뽐내기에 급급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어떠한 ‘척’을 할 수밖에 없다. 보이넥스트도어가 꼭 그러했으니 대중에게 정체성을 각인시키려는 목표보다 당장의 화려함이 앞서 어느 쪽도 완수하지 못하고 흐릿한 형상만을 남겼다. 기대가 크면 아쉬움도 큰 법. 아직 본연의 개성을 찾기 위해 항해 중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겠지만 사실 그룹의 색깔을 찾기 위한 실험은 두 장의 앨범으로 충분했고 이제야말로 없는 것을 쫓을 때가 아닌, 찾은 것을 보여줄 때임을 인지해야 했다.


결국 장고 끝에 옳은 수를 뒀다. 좀처럼 구분되지 않는 유사한 실루엣이 연속되는 시장 속 스스로를 부각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행보에 서사를 입히는 것이다. 대체로 갓 약관의 나이를 맞이한 멤버들을 포착해 그토록 고대하던 스무 살의 환상과 그 이면의 감정을 솔직한 낱말로 풀어냈다. 컨셉트의 승리는 물론 듣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일으킨 쉬운 가사는 혹자에겐 유치할 수도 있겠으나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누구나 본인의 스무 살을 돌이켜보면 유치한 법 아니겠나. 


미니멀한 비트와 모두가 한 번쯤 경험해 봤을 생활형 가사를 버무린 ‘부모님 관람불가’를 선두타자로 선점한 선택은 탁월하다. 귀엽지만 진지하고, 유쾌하면서도 그리운 순간을 그려내 성인이 되기 전 ‘19.99’세의 모습을 매끈하게 표현해냈다. 이어지는 ‘돌멩이’가 한철 지난 밴드 사운드에 담겨 힘을 더하지 못함에도 에너지 하나만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눈에 띄는 ‘Skit’의 적절한 활용. 여섯 명의 청춘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각자의 스물을 논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흐뭇한 미소가 인다. 이는 직전의 록 사운드와 뒤이은 팝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이들의 시선이 싱글이 아닌 앨범을 향해 있다는 사실을 선언한다.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지코의 향기가 강하게 묻은 ‘Nice guy’는 춤 추기에 적합한 베이스 템포와 관악의 자유로움, 여유로운 래핑과 멜로디 라인까지 자신감 넘치는 노랫말과 정돈된 소리로 이목을 끈다. 물론 곳곳에서 지코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분명한 과제지만 당장은 불편하지 않은 까닭 또한 앞서 차곡차곡 깔아둔 서사의 힘일 것이다. 전형적인 전개가 아쉬울 뿐 말미에 위치한 두 곡 ‘스물’과 ‘Call me’도 특별히 모난 부분은 없다. 오히려 공감이란 키워드를 지키기 위해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둔 시작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끝까지 본인만의 일기로 마침표를 찍는 모습이 되레 고무적이다.


스무 살의 치기 어린 사랑, 어른이 됐다며 우쭐대는 모습, 기억이 선명한 학창 시절의 반항을 가지런히 적어 둔 멤버들의 일기장을 훔쳐본다. 필요 이상의 성숙을 바라고, 또 입히고 있는 오늘날의 K팝 산업에 < 19.99 >의 재기발랄함은 모처럼 만난 순수함과 같다. 그렇다해서 보이넥스트도어의 음악이 굳이 꼭 성숙해질 필요도 없다. 어차피 앞으로 걸어갈 모든 길이 원숙을 얻는 과정의 연속일 터, 지금처럼 품고 있는 생각과 마음을 음악으로 읊어줄 단순한 초심만 유지하면 된다.


-수록곡-

1. 부모님 관람불가 [추천]

2. 돌멩이

3. Skit [추천]

4. Nice guy [추천]

5. 스물

6. Call me

7. Nice guy (English Ver.)


신동규(momdk77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