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지(VIVIZ) 인터뷰
숫자 3이 ‘가장 적은 단위로 이룰 수 있는 안정성’을 내포한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 다시금 떠올렸다. 비비지로 3년 차에 들어선 은하, 신비와 엄지는 스스로가 꼭짓점이 되어 서로를 향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더없이 단단한 삼각형을 그려내는 중이다. 그룹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의 ‘Bop! bop!’부터 역주행의 기적 ‘Maniac’까지 무엇 하나 겹치지 않는 콘셉트로 그 면을 촘촘히 채워 나갔다면 미니 5집 < Voyage >는 본격 영역 확장을 위한 비비지의 긴 여정을 담았다.
비비지는 한 장르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 신보를 준비하며 겪었던 다양한 감정들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새로움을 마주할 때 오는 자연스러운 두려움, 그 벽을 부수어 다리로 둔갑시키는 여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의까지. 모두 입을 모아 “아직 아티스트로서 더 하고 싶은 것이 많다”며 내비친 올곧음과 특히 인터뷰어를 놀라게 할 정도로 막힘없는 엄지의 정돈된 문장들은 그룹의 안정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했다.
좌측부터 신비, 엄지, 은하
비비지로 활동 시작한 지 2년이 넘게 지났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엄지: 11월 7일에 앨범 < Voyage >로 오랜만에 컴백한 이후 음악 방송과 라디오 등 여러 활동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리더 없이 ‘반장’만 존재하는 상당히 민주적인 팀 운영제도다. 반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신비: 대체로 인사와 구호 선창을 맡고 있다.
은하: 예를 들면 눈치 보다가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면 팀이 어수선해 보이기 때문에 이런 역할이 필요하다.
엄지: 반장은 앨범 단위로 바뀐다. 앞으로 계속 바뀔 예정이다.
3인조라는 형식은 요즘 K팝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그룹이다. 혹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신비: 장점의 경우 인원수가 적다보니 노래 한 곡에서 개개인이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많다. 단점은 딱히 없지만 굳이 뽑아보자면, 퍼포먼스를 세 명이서만 진행하면 비어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처음부터 끝까지 3명만 하는 무대는 아직 시도해 보지 않았다.
은하: 일단 한 명이 아프면 안 된다. 행사나 무대를 할 때 아주 힘들어지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곧바로 듀엣이 되어버리니까!
엄지: 장점은 다수결이 굉장히 빨리 이뤄진다. 세 명이라 서로에게 더 깊이 집중할 수가 있는 점도 그렇고 장점을 많이 느끼면서 활동한다. 그리고 만약 4인조면 차를 두 대로 나뉘어 타야 한다. 우리는 트렁크 공간을 활용해서 1대로 같이 다니다 보니 함께 있을 수 있어서 3인조가 정말 좋다.
'Maniac'은 본격적으로 비비지의 캐릭터를 각인한 곡이다. 이미 역주행을 수차례 경험했겠지만, 올해까지 이어진 ‘Maniac’을 어떻게 느꼈는지 소감이나 반응이 궁금하다.
은하: 당시 준비하면서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하는 곡이었다. 일단 노래 외에도 안무가 잘 나왔고, 만들어가면서 잘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했다. 그래서 활동했을 때도 반응이 바로 오지 않았지만 조급해하거나 절망스러워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좋아하는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했는데 심지어 잘되기까지 해서 정말 사랑하는 곡이 되었다.
엄지: 춤과 노래 그리고 전반적인 퍼포먼스 총 삼박자가 잘 들어맞는 곡이었다. 살짝 늦게 알아주신 만큼 오래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다. ‘Maniac’은 비비지 기준에서 나름의 오랜 공백기 후에 발매한 곡인데 그만큼 웰메이드의 잘 다듬어진 모습으로 선보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련한 사랑을 이루고 싶었던 소녀들이 '이거 사랑 맞지'하고 냉소적으로 되물어서 놀랐다. 굉장히 성숙한 변화를 알린 것 같은데 멤버들은 이러한 캐릭터도 잘 맞는 것 같은지?
엄지: 너무 어렸을 때 데뷔했지만 이런저런 경험을 겪으면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넓어졌다. 비비지 활동을 통해 과거에는 어색했던 가사가 지금과 더 잘 맞는다는 걸 느꼈고 단순한 언어 하나에도 여러 감정을 실을 수 있게 되었다. ‘이거 사랑 맞지’도 그런 뉘앙스다. 지금 비비지로서의 음악이 현재의 멤버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지난 4장의 미니 앨범에서 보여준 음악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댄스 곡을 필두로 시티팝, 알앤비 등 굉장히 여러 색깔을 보여줬다. 가장 본인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곡은 무엇이었는지?
신비: < Summer Vibe >의 수록곡인 ‘춤’이 가장 편안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수록곡에서도 ‘춤’을 꼽는다.
은하: 부르면서 즐겁고 좋았던 곡은 < VarioUS >의 ‘Overdrive’다. 시티팝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참여했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더라.
엄지: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가사가 있는 노래를 좋아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Maniac’은 이전과 다르게 복잡한 감정선을 건드리는 곡이라 신경 써서 녹음했다. 콘서트에서 퍼포먼스로 선보였던 ‘Love or die’도 그러한 묘한 뉘앙스를 살리는 재미가 있다. 수록곡에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다 보니 멤버 개인마다 굉장히 잘 어울리는 곡이 있어 서로 놀라기도 한다.
비비지 멤버들이 생각하는 비비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은하: 소인원 그룹이다 보니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엄지: 팬 분들께서 생김새뿐만 아니라 성격도 다 다르다는 말을 해 주신다. 심지어 체형도 다르다고 하시더라. (웃음) 이렇게 확실히 다른데도 오래 함께하니 어긋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각자의 역할이 확실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신비는 은하 언니에게 보컬 소스를 얻어가고 반대로 나는 신비에게 퍼포먼스 측면에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인터뷰할 때는 둘이 나에게 의지를 한다. 그래서 개성은 뚜렷하지만 안정감있어 보이지 않나 싶다.
신비: 세 명이지만 비어보이지 않는 것도 매력이다.
여태까지 발매작은 EP 분량이다. 정규 앨범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엄지: 평소 회사와는 상관없이 우리만의 연간 플랜을 세우곤 하는데, 정규 앨범 계획은 언제나 있다.
신비: 아마 다음 앨범을 정규로 가야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니면 EP 2개를 내는 방안도 있다.
은하: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미공개 곡을 콘서트 때 선보인 적이 있다. 미공개 곡들은 정규 앨범에 실을 예정이어서 더욱 빨리 정규 앨범으로 만나 뵙고 싶다.
2024년 6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첫 월드 투어를 진행했다.
신비: 오랜만에 아시아 팬분들을 만나 뵐 수 있어 좋았다. 미주 투어의 경우, 한달 반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21개 도시를 돌며 진행했던지라 이런저런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또 투어를 통해 무대 위 애티튜드, 라이브 등등 더욱 발전하게 되어 수확이 큰 경험이었다.
은하: 타이트한 일정의 월드 투어를 마무리하고 나니 이제 두려울 게 없다. (웃음) 더 저돌적으로 변했다.
한국 관객만의 강점이 있다면?
은하: 떼창도 그렇고 특히 한국에서는 응원법의 힘을 받을 수 있다.
신비: 콘서트 때 앵콜하기 전에 팬 분들께서 이벤트로 하나의 곡을 완창해 주신다. 한번은 ‘환상’을 불러주셨는데 사전에 협의가 이뤄진 파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음까지 나누셔서 굉장히 놀라고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본격적으로 이번에 발매한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 Voyage >에 라틴 팝부터 힙합까지 굉장히 사운드가 다채롭다.
엄지: 처음에는 다양성으로 인해 곡들이 어우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오히려 팬분들에게 듣는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멤버들이 곡에 따라 다른 포인트를 살리려고 노력해서 서로 녹음 잘했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만족감이 높은 앨범이다.
타이틀 ‘Shhh!’이나 'Cliche' 같은 곡은 키 컬러인 주황색과 어울리는 라틴 느낌이 난다. 이번 변신을 통해 비비지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엄지: 세계적인 방향성을 따라가기 위해 라틴이라는 방향성을 회사에서 먼저 잡아주셨다. 처음 무언가를 도전할 땐 약간의 두려움이 있지 않나. ‘Maniac’과 ‘Untie’로 그런 두려움을 깼다는 점에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걱정되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Cliche’는 컨셉츄얼하고 랩 파트도 많아서 더욱 걱정했다. 막상 녹음 후에는 우리에게 꼭 맞는 옷을 제시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유의 파워풀한 느낌으로 멤버들의 강인한 매력을 담았고 안무의 곡선을 통해 소녀에서 여성에 가까운 비비지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멤버들 모두 퍼스널 컬러가 쿨톤인데 상징물을 주황색과 같은 웜한 색상으로 가다 보니 메이크업 담당자분들이 아쉬워했다. (웃음)
이번엔 랩도 꽤 길게 등장한다. 발성과 톤도 좋아서 원래 랩에 익숙했는지 궁금하다.
신비: 멤버 모두 원래 랩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비지를 하면서 조금씩 싱잉 랩처럼 가벼운 스타일을 시도하게 되었는데 ‘Cliche’가 제일 본격적이었다. 그래서 처음 곡을 받았을 때 당황한 포인트가 랩 파트였다. 과연 우리가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발매 후에 다들 좋아해 주셔서 놀랐다. 근데 다음 앨범에서도 또 하게 될까 봐 무섭다. (웃음)
엄지: 따로 랩 레슨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가장 걱정했던 파트를 신비가 맡았는데 너무 잘 해냈다. 평소 결과물이 나오면 부모님께 먼저 들려드리곤 하는데 아버지께서도 신비의 랩을 듣고는 깜짝 놀라시더니 누구냐고 물어보시더라.
익숙하지 않은 랩 파트를 위해 노력했던 일화가 있다면?
신비: 회사 녹음실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서 밖에서도 다 볼 수 있다. 그런데 처음 도전하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해서 불을 끄고 가사를 다 외워서 녹음하기도 했다. 잘 해내려는 마음가짐과 용기가 필요했었다. 가이드를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해보려고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TMI지만 원래 교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앨범에서 교정기를 뗐다. 그래서 랩의 딕션이 더 좋아졌을 수도 있다. (웃음)
보컬에 있어서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
은하: 우리 모두 노래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고 라이브 위주의 무대에 서면 아직도 긴장한다. 이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부분이 비비지의 보컬의 장점인 것 같다.
엄지: 아무래도 목소리 톤 측면에서 다인원 그룹보다는 심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한 곡이 지루하게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파트와 단어 단위로도 많이 신경을 쓰며 녹음한다.
신비: 엄지나 은하 언니는 자신의 레코딩을 듣고 평가하는 귀가 트여 있는데 나는 좀 무딘 편이다. 그래서 멤버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기도 한다. ‘Shhh!’은 마지막에 멤버끼리 직접 디렉팅을 보고 마무리했는데, 오히려 멤버들과 함께 했을 때 나만의 무언가를 더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
음악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비비지의 캐릭터가 정말 다양하다. 궁극적으로 비비지가 표하는 음악적인 정체성, 목표는 무엇인가.
엄지: 늘 입버릇처럼 정해두지 않고 한계 없이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전작을 기점으로 더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지금은 어색한 것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점차 하나씩 깨나가는 게 재미있다. 당장도 하고 싶은 게 많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싶지만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 스펙트럼이 더 넓어질 것 같아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신보에서 ‘Hypnotize’와 ‘Love & tears’는 엄지가 단독 작사를 맡고 작곡에도 참여했다. 작업할 때 어떤 것에 포인트를 두었는지.
엄지: 늘 작사작곡에 관심이 있었다. 여자친구 당시에도 수록곡 작사를 시도했었고, 혼자도 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단독으로 작사가 이름을 올리기는 어려웠다. 이처럼 많은 작가진을 올리는 방식의 장점도 있지만 오롯이 감성을 전달하고 싶을 때 그러한 방식으로 진행하면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변질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단독으로 작사를 맡고 싶은 마음이 유독 컸다.
특히 ‘Love & tears’는 절절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이를 잘 담은 가사 한 줄을 뽑아본다면?
엄지: ‘Love & tears’는 팬분들뿐 아니라 멤버들, 스탭들 등 비비지가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쓴 ‘손을 끌어 잡고 날 데려가 줘’라는 가사가 나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Hypnotize’는 키스 오브 라이프의 벨이 작곡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은하: 처음 데모를 골랐을 때는 몰랐고 나중에 녹음을 다 마치고 나서 알게 되었다. 이를 알고 다시 데모를 들어보니 그분이라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뮤직비디오의 다양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로케이션은 어디였나.
은하: 여의도에 있는 지하도와 인천의 미개통 교각 밑에서 촬영했다. 교각은 우리가 처음 이용한 것이다. (웃음)
신비: 야외는 화성의 갈대밭이었다. 이곳저곳 국내의 많은 지역을 다녔다.
은하: 특히 갈대밭이 정말 예쁘고 좋았다.
엄지: 갈대밭 촬영할 때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은하 언니가 많이 탔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탄 피부가 안 돌아왔다. (웃음)
‘Maniac’의 안무가 화제 되었는데 신곡도 하체를 위주로 한 안무 포인트가 눈에 띄었다.
신비: 꼭 하체를 중점에 둔 안무를 고려한 것은 아니다. 포인트 있는 안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코러스 1, 2에 넣었지만 코러스 3은 완전히 다른 매력의 댄스가 있다.
< Voyage >에 대해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은하: 오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수록곡 ‘Full moon’도 너무 좋은 곡이니 꼭 들어주셨으면 한다.
엄지: 멤버들의 귀여운 습관이 있는데, 평소 앨범 작업할 때 모두 과몰입을 하는 편이다. 타이틀이 정해지면 장소와 위치 혹은 기분 등 상황별로 들어보면서 소감을 나눈다. 예를 들면 어느 날은 산책하면서 이어폰으로 듣고, 다른 날은 밤에 집에서 핸드폰으로 들어보고 한다. 이런 식으로 앨범 준비에 매진하면서 우리끼리 면밀한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은하: 가장 중요한 건 ‘러닝 머신을 타면서 들을 때 흥이 나는가?’에 중점에 둔다.
어떤 음악을 좋아했고, 좋아하는가?
신비: 겨울이 되면 옛날 노래를 많이 듣는다. 요즘은 싸이월드 BGM 스타일의 곡이 귀에 들어온다. 발라드와 알앤비 장르를 특히 많이 듣는 편이다.
은하: 요새 밴드 음악이 좋다. 최근에는 알고리즘으로 밴드 캐스커를 우연히 접하게 된 후 전곡을 찾아 들었다.
엄지: 찾아서 듣는 노래는 존 레논의 ‘Imagine’과 같은 올드 팝송을 듣는다. 가장 많이 손이 가기도 하고 날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요즘 해외 아티스트로는 에드 시런이나 저스틴 비버도 좋아한다. ‘어떻게 이 노래를 녹음했을까?’를 생각하면서 듣는데, 이런 질문이 노래를 더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하는 것 같다.
모두 개별 멤버로서 입지도 뛰어나다.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활동의 욕심을 어디로 펼치고 싶은가.
은하: 아티스트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고 싶다. 많은 방면으로 욕심을 내고 있지만, 일단 우리 세 명이 함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비비지가 잘 돼야 각각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엄지: 은하 언니 말이 맞다. 더욱 높은 완성도가 개인 활동의 단단한 받침대가 될 것이다. 물론 멤버들 각자 매력이 있는 만큼 솔로 활동이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수로서 이제 10년 차다. 이 직업을 선택하고 계속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비: 연예계 데뷔는 10년 차지만 비비지로서는 아직 3년 차이다. 그래서 마음가짐 자체는 신인에 더 가깝다. 더 열의를 갖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 욕심도 더 낼 수 있다.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 상태다. 지겹다는 생각이 한 번쯤은 들 수도 있을 법한데, 지금 이 순간이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제일 재미있다.
엄지: 직업이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내 삶 자체라는 생각도 있다. 어느 쪽이 더 편한지는 매 순간 다르다. 대략 6~7년 차 되었을 즈음 다시 한 번 선택할 기회가 왔었다. 그 갈림길에 서서 오랜 고민 끝에 아이돌의 길로 결정했다. 아직 무언가를 더 하고 싶어서 내린 결론이기에, 힘들 때도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생각하며 이겨낸다. 앞으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면 또다시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K팝도 큰 변화를 맞았다. K팝 업계나 후배들을 봤을 때 느끼는 게 있다면?
은하: 다들 정말 잘하고 있다. 특히 개성 넘치는 그룹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우리도 그분들을 보며 자극받고 열의를 다지게 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도 열심히 나아가셔서 비비지의 기폭제가 되어 주셨으면 한다. (웃음) 그리고 선배, 후배 그런 것 없다. 이 업계에서 연차는 중요하지 않다.
신비: 우리는 사실 모두를 질투하고 시기하고 라이벌로 생각한다. (웃음) 우스갯소리로 ‘우리도 저 노래하고 싶다’, ‘우리도 잘할 수 있는 장르다’ 같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워낙 실력이 출중한 후배분들이 넘쳐나서 우리도 악착같이 살아남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더라.
비비지로서 보여주고 싶은 장르나 활동이 있나?
신비: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겨울 앨범도 내고 스포티한 콘셉트도 해보고 싶다. ‘Bop! bop!’을 제외하고 에너지 있는 노래가 많이 없는 것 같아 밝은 이미지의 음악에 도전해 보고 싶다.
이즘 인터뷰 공식 질문이다. 나를 가수로 이끈 인생 앨범, 곡, 아티스트를 뽑아달라.
엄지: 어렸을 때 디즈니를 아주 좋아했다. 자연스레 OST를 접하면서 이를 계기로 귀가 트였다. 또 교회에서 노래와 춤을 가까이했고, 조금 크고 나서는 TV 프로그램 < 스타킹 >에 출연했던 코니 탤벗에게 푹 빠져서 CD를 사고, 가사지도 뽑아서 맨날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 그리고 소녀시대, 빅뱅, 원더걸스, 아이유 선배님 등등 2000~2010년대 K팝 음악을 들으면서 가수라는 직업의 매력을 깨닫게 해주신 분들이 워낙 많다. 한 명을 꼽기에는 너무 많다.
신비: 8살쯤 스트릿댄스를 배우며 MC 해머의 ‘2 legit 2 quit’에 꽂혔다. 이후 어린이 댄스팀으로 방송에 나갈 기회가 생겨 보아 선배님의 ‘My name’을 커버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차근차근 K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은하: 일단 어렸을 때 핑클 선배님들의 얼굴이 그려진 자전거를 탔다. (웃음) 워낙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다 보니 학창 시절 밴드부 보컬 경험도 있다. 오빠도 밴드를 좋아해서 그 영향으로 자우림이나 러브홀릭스같은 밴드 음악을 많이 들었다. 오히려 댄스 가수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신비: 은하 언니와 같은 댄스 학원에 다녔는데 노래를 정말 잘 불렀다. 당시에 박진영, 임정희 선배님이 듀엣으로 불렀던 ‘창살 없는 감옥’을 기막히게 잘 불렀던 기억이 난다.
진행: 손민현, 임동엽, 임선희, 한성현, 박승민
정리: 임선희
사진: 임선희
사진 제공: 빅플래닛메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