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씩 거리를 두자 전체 윤곽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곱 가지 장면’으로 담백하게 꾸린 하나의 시퀀스는 특별한 결말이나 교훈 없이도 충분히 조화롭다. 요지는 어느 하나 크게 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수록곡을 도열해봐도, 각 멤버 간의 융화를 따져봐도 그렇다. 십 대의 청춘 서사를 기저에 두고 시작해 체제 변화 등 여러 성장통을 겪으면서 어느덧 네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한 엔시티 드림에게 점차 성숙의 깊이를 엿본다.
강한 자극을 철저히 배제한 방향은 오히려 이끌림을 만든다. 준비한 그림의 예고편 혹은 ‘드림스케이프’로의 초대장과 같은 ‘Intro: dreamscape’는 인트로 곡의 역할을 빈틈없이 완수한다. 잇따른 ‘When I’m with you’가 그간 타이틀 곡에 비해 특점 없이 다소 무난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첫 트랙의 질감을 걸머지며 하나의 수록곡으로써 안정적으로 흐름을 유지한다. 놀라움은 ‘Flying kiss’다. 해찬이 작사한 해당 곡은 앞선 트랙과의 연결성은 물론 깔끔한 음악 변환과 동시에 한 음절씩 뱉어내는 중독적인 후렴구로 초반을 지나며 서서히 쌓아온 모래성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청각적 쾌감을 전한다. 덕분에 이후 ‘I hate fruit’와 ‘No escape’가 새로운 소리 결로 또 다른 기둥을 세울 여지를 마련한다.
하나, 사운드 확장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전반부의 높은 타율에 비해 말미에 다다를수록 서정성을 부각하는 일률적인 흐름이 몰입을 저해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 Dreamscape >의 강점은 넓게 고루 펼친 트랙 간의 조응에 있다. 이 말인즉슨 한두 곡에 모든 승부를 걸지 않겠다는 의미로, 낙차 큰 그래프를 그리기보다 이탈 없는 높은 표준 점수를 지향한다. 고로 연결이 느슨해지거나 한 조각이 유독 힘을 잃으면 앨범 전체의 조형이 흔들리게 된다. ‘하늘을 나는 꿈’과 ‘밤’을 대표로 하는 연속된 하강 이미지가 ‘Off the wall’과 ‘Rains in heaven’ 속 힘찬 변주의 매력을 반감하는 이유다.
네 번째 정규 앨범을 맞이한 만큼 경험치는 충분하다. 오히려 노련함이 돋보인다. 엔시티 드림은 철저한 싱글 위주의 시장에서 언제나 음반 위주의 작품성을 우선하며 아이돌 그룹을 넘어 아티스트로서 한 걸음씩 내디뎌 왔다. < Dreamscape > 또한 같은 맥락에 있으며 그간의 가볍고 청량한 분위기에 무게를 더하고, 거친 표면을 다듬어 새로운 색을 제시한다. 원숙의 세계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굳이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스펙트럼을 넓힌 뒤 출발하려는 모습과 같다. < 맛 (Hot Sauce) >과 < Glitch Mode >를 지나 오늘에 오기까지 점차 선택지를 늘려가는 엔시티 드림의 다음 카드는 무엇일지 궁금증이 앞선다.
-수록곡-
1. Intro: dreamscape [추천]
2. When I’m with you
3. Flying kiss [추천]
4. I hate fruits
5. No escape
6. Best of me [추천]
7. You (숲)
8. 하늘을 나는 꿈 (Heveanly)
9. 밤 (Night poem)
10. Off the wall
11. Rains in hea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