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브걸 인터뷰
브브걸(BBGIRLS)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와 워너뮤직 코리아를 거쳐 현재의 소속사 GLG까지 이들의 여정이 평탄하진 않았지만 대중은 그들을 잊지 않았다. 2021년 대한민국을 휩쓴 감동적인 역주행의 환희와 힘든 시간을 인내하고 극복한 민영, 은지, 유나의 순수한 애정과 노력, 헌신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브레이브걸스에서 브브걸로, 쿼텟에서 이젠 트리오가 된 이들을 이즘 사무실로 초대해 우리가 오랫동안 듣고 싶었던 이야기, 그들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나눴다. 2025년 2월 11일은 4년의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은 날이다. (소승근)
지금까지 활동의 부침을 거듭했다. 그간 어떤 생각으로 버텼는지?
은지: 어렸을 때부터 춤, 노래를 좋아했고 오랜 기간 연습했기에 꿈을 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무대 설 때 제일 행복하고 ‘내가 제일 나답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영: 잊고 살았는데 되새기게끔 하는 질문이다. 그때는 분위기를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환기시키려고 노력했다. 우리라도 의지를 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용감한 형제 대표님께 앨범 내달라고 매달리기까지 했다. (웃음) 멤버들이 아니었으면 ‘운전만해’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에 빛을 볼 거라는 희망은 있었는지.
은지: 개인적으로 모든 노래가 좋아서 늘 기대했다. 데뷔곡 ‘변했어’와 ‘하이힐’도 개성이 강했고 ‘롤린’을 처음 들었을 때는 신나서 우리 모두 연습실에서 춤췄다. (웃음) 희망은 있었지만 점차 지치면서 포기하려던 찰나에 역주행이 시작되었다.
역주행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유나: 역주행 전에는 계속 안 되는 것 같아서 부정적이었다. 멤버 교체와 함께 주춤하던 시기에 역주행이 딱 터지는 순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조그마한 일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또다시 온 침체기를 잘 견딜 수 있었다. 이제는 멤버와 팬이라는 안정된 환경이 마련되어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활동한다.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계속 함께 할 수 있다.
주목을 못 받는 단계는 이제 넘어서지 않았나?
유나: ‘One more time’ 활동 당시 우리 노래가 나왔는지도 모르더라. 이번 앨범의 목표는 딱 하나였다. 대중의 반응이 ‘브브걸이 노래를 냈구나!’의 정도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예상보다 신보에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셔서 고마울 따름이다.
브레이브걸스 활동 때 발표곡이 다 좋았으나 큰 반응은 없었다.
은지: 음악, 무대, 스타일링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가 나는데 늘 무언가 하나씩 삐끗한 느낌이었다.
민영: 마케팅 방식이 지금과 조금 다른 것도 있다. 당시에는 방송에 나갈 수 있는 팀이 더 한정적이었다. 팬이 아니면 우리를 접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롤린’, ‘운전만해’처럼 다시 주목받았으면 좋겠는 곡이 있는가?
은지: ‘Fever’를 시상식 무대에서 할 정도로 좋아한다. 행사 나갈 때 이 곡으로 하고 싶다고 얘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변했어’도 좋아한다.
유나: ‘레몬에이드’도 좋다. 당시에 여름이 지나고 활동해서 시기적으로 아쉬웠다.
민영: ‘Help me’가 브레이브걸스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곡이다. 라이브하기에는 힘들지만 그래도 좋다.
신곡 ‘Love 2’에서 숫자 2가 의미하는 바가 궁금하다.
은지: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첫 번째는 가사 뜻대로 연인 사이에서 느끼는 살랑살랑한 설렘이고 두 번째는 새로 시작하는 브브걸과 팬덤 쁘이와의 설렘이다.
작곡팀 스윗튠과 함께 한 곡인데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은지: 연습생 때부터 작곡가님의 곡을 정말 좋아해서 기대가 컸다. 특히 ‘Love 2’ 도입부의 신시사이저가 귀를 간지럽히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민영: 무조건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10년 가까이 멤버들과 함께 했으니 이제는 곡을 들으면 어느 파트가 누구에게 어울리는지 안다. 이 노래는 듣자마자 바로 분배가 가능하더라. 작곡가님과 우리의 매력 모두 살린 곡이다.
신보에 대해 많은 이가 시티팝이라고 하지만 80년대 팝을 세련되게 마감질했다.
은지: 맞다. 시티 팝은 아니고 복고적인 감성이 묻어 있는 곡이다.
‘복고 콘셉트와 잘 어울린다‘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나: 완전히 동의한다.
은지: 시도하고 싶은 장르는 많다. 그러나 ‘롤린’이 대중적으로 성공했으니 다수가 우리에게 바라는 니즈를 어느 정도 충족해야 한다고 본다.
곡 자체는 겨울보다 봄이 더 어울린다. 겨울에 발매한 이유가 있는지?
유나: 여름에 앨범 계획이 있어서 그 전 겨울에 곡을 내고 싶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겨울에도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민영: 팬들을 빨리 만나고 싶었기도 했다. 붕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떤 시기에 들어도 괜찮을 곡으로 찾아뵙게 되었다. GLG에서 작년 3월부터 많은 곡을 취합해주셔서 가능했던 일이다.
신곡이 브브걸의 의견이 반영돼서 고른 곡인지?
은지: 대표님께서 먼저 추천하셨다. 마침 우리의 생각과 잘 맞았다.
민영: 후보곡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제일 고마운 일이다. 일단 회사와 대화를 굉장히 많이 나눈다.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먼저 물어보고 우리도 의견을 자유롭게 낸다. 피드백을 하면 바로 진행이 되는 점이 정말 좋다.
다가오는 여름에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어떤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가?
민영: 1순위는 신나는 댄스곡이다. 대체로 ‘롤린’ 같은 곡이 다시 나오길 바라시지만 사실 불가능하다. (웃음) 그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곡을 받기는 쉽지 않아서, 신나지만 브브걸과 어울리는 곡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
GLG와 전속 계약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민영: 대표님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서 조언을 구한 적이 많았다. 대표님이 아티스트 출신이라 우리의 입장을 많이 공감해주고 이해도가 확실히 남달랐다.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모습에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약 전에 브브걸 컴퍼니를 설립하기도 했는데.
민영: 에이전시 개념이었다. 내 명의로 법인 설립을 진행했고 우리끼리 일을 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멤버들의 계약서를 나중으로 미룰 정도였다. 마침 지금의 회사 대표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때 쌓인 신뢰가 계약의 계기가 되었다.
3인조로 재 데뷔를 했는데 특별히 바뀐 점이 있는가?
민영: 이전부터 변화는 많았다. 대형이나 안무는 한 명만 빠져도 정말 헷갈리는데 우리는 수없이 경험한 일이다.
은지: 7인조에서 5인조, 4인조 그리고 3인조 버전으로 계속 안무가 바뀌니까 헷갈리긴 한다.
유나: 안무 동작도 고려하면서 파트도 다시 배분해야 한다.
민영: 예전 활동 곡의 파트를 재배치할 때는 앞뒤로 겹치지 않는 멤버에게 맡긴다. 사실 멤버들의 보컬 역량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쉽다.
3인조로 개편되었을 때 팀 활동을 그만하는 것에 대한 상의를 한 적은 없는지.
유나: 전혀 없었다.
민영: 오히려 무조건 팀으로 가겠다는 마음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그렇게 못을 박았다.
솔로 활동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만약 한다면 어떤 스타일의 곡을 시도하고 싶은지.
유나: 다른 분야로 도전할 수는 있지만 가수로서는 생각해본 적 없다. 브브걸 활동으로 족하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잔잔한 인디밴드 스타일을 해보고 싶다. 원래 노래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밴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은지: 솔로 생각은 없고 다른 분야라면 뮤지컬을 했을 것 같다. 만약 시도한다면 선미 선배님의 ‘보름달’ 같은 스타일의 댄스곡을 해보고 싶다.
민영: 곡을 직접 쓰고 있는데 아직 내 이름으로 낸 곡이 없다 보니 솔로를 하고 싶긴 하다. 알앤비나 밴드 스타일 곡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는 여러분의 곡이 궁금하다.
유나: 아무래도 ‘운전만해’다. 힘든 시기에 마지막 희망을 품고 당시 대표님께 부탁한 노래다. 그때 태풍으로 방송이 취소되기도 했었다.
은지: ‘운전만해’와 ‘롤린’. 차에서 듣기 좋은 노래는 ‘운전만해’.
민영: ‘롤린’이 제일 마음이 간다.
연습생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준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유나: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희망 고문이 될까 봐 조심스럽다.
민영: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 많으니 조언이 쉽지 않다. 그래도 본인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지레 겁먹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를 믿고 달리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 그렇지만 준비는 되어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어떤 팀으로 생각되고 싶은가.
민영: 희망을 주는 팀으로 기억되고 싶다. 코로나 시기에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힘든 시기를 버티고 역주행으로 잘 된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큰 관심과 사랑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브브걸을 유지하고 싶은 이유는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준 선물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계속 활동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꾸준히 헤쳐 나가는 우리의 모습이 마치 인생사 같지 않은가. 역경을 딛고 그다음에 웃으면서 ‘예전에는 그랬었죠’라고 말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의 가수 혹은 노래가 있는지.
은지: 보아, 이효리 선배님. 초등학생 때 학교 무대 제일 앞에서 ‘My name’을 선보일 사람을 뽑는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친구가 나를 붙들고 가르쳐 줬는데 결국 친구보다 앞자리에서 공연했다. (웃음) 그때 이후로 무대 서는 게 재미있어졌다.
유나: 5학년 때부터 동방신기를 좋아했다. 처음으로 드림콘서트를 보면서 가수에 대한 꿈을 키웠다. 한참 뒤 데뷔하고 드림콘서트에 섰을 때, 어릴 적의 내가 생각나더라. 요즘은 라이즈가 리메이크한 ‘Hug’를 들으면서 다시 동방신기 선배님 노래를 듣고 있다.
민영: 어릴 때 노래보다 춤을 더 좋아했었다. 당시 유행하던 이정현 선배님의 ‘와’를 매일 듣고 따라했는데 선생님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우리 반에 와서 보여주라고 하시더라. 그렇게 다른 반에 가서 춤도 췄다. (웃음) 학예회에도 나가 관심 받는 것을 행복해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중에는 자우림의 김윤아 선배님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
진행: 소승근, 손민현, 임동엽, 임선희, 박승민, 신동규, 정기엽
사진: 그랜드라인그룹 제공
정리: 임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