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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
영파씨(YOUNG POSSE)
2025

by 박승민

2025.03.06

장르 음악을 파고드는 아이돌 그룹에게는 언젠가 대중성과 타협해야 하는 시점이 찾아온다. 지난 두 EP에서 힙합의 폭넓은 사운드를 다룬 영파씨도 결국 그 순간을 직면했다. 십센치라는 파격적 조력자를 대동한 타이틀 'Cold'는 랩 뮤직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Xxl', 'Ate that'와 비교했을 때 한결 말랑하다. 메인 프로듀서 키겐이 활동했던 팬텀부터 산이, 매드 클라운 등 수많은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2010년대 초중반의 통칭 '발라드 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아련한 기타 선율을 중심으로 벌스와 싱어의 코러스가 반복되는 구조가 익숙하기 그지없다. 과거 유행했던 스타일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 냈으나 그 결과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당시의 추억을 간직한 성인층에 어필하려 했다면 성공이지만 영파씨의 멤버들은, 또 그룹의 콘셉트는 발랄한 청춘이 아니었는가. 이마저도 피처링의 파트를 나누어 가창한 ‘Cold (YPS colder ver.)’이 원곡보다 더욱 꾸밈없는 매력으로 어필한다.


균형을 맞추려 투입한 레이지 ‘Blue dot’과 캐치한 트랩 ‘Santa Claus left me no goodz’가 탈선을 막는다. 특히 ‘Scars’의 시도를 이어간 전자는 여러모로 뜯어볼 구석이 많은 트랙이다. 트렌드에 맞추어 신시사이저의 미니멀한 운용을 보여주었으며 “공주가 싫은 건 아녀도 아직 왕이 더 되고 싶은데”, “넌 의심하지 내 자격 / 바꾼 적 없었는데 과녁”처럼 멤버들이 직접 작사한 노랫말 속 번뜩이는 라인들이 영파씨만의 정체성을 다시금 각인시킨다. 


충격적인 스토리의 뮤직비디오와 사이사이 배치한 수준급 인스트루멘탈을 통해 하나의 선형적 서사를 구축하려는 실험은 분명 흥미롭다. 허나 정작 전면에 나서는 타이틀을 극도로 연성화한 탓에 의도한 아이러니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K팝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으레 겪는 성장통이겠으나 궁극적으로 이를 딛고 어떻게 발돋움하는지가 중요하다.


-수록곡-

1. Cold (Feat. 10cm)

2. Lovestagram

3. Blue dot [추천]

4. Daddy don’t leave me

5. Santa Claus left me no goodz

6. Oskar’s drawing

7. Cold (YPS colder ver.) [추천]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