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면, 가령 1990년대의 브릿팝 사운드처럼 명랑하고 경쾌하기만 하다면 어떨까. 브릿팝의 몰락이 그랬듯 밝은 빛을 향해 높이 올라갈수록 우울과 절망의 그림자는 더욱 커지고, 괴리감을 참지 못한 자들은 상승을 포기하고 어둠에 머문다. 그 뒤에는 자신의 감정을 계속 파먹거나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재도약을 꿈꾼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선택해야 한다. 다시 나아갈 것인가. 계속 머물 것인가.
적극적인 우울감 표출이 대세였던 포스트 브릿팝의 흐름에서 등장한 맨체스터의 3인조 밴드 도브스의 커리어는 순탄치 않았다. 트렌드와 재능이 맞물려 단기간에 성공 가도를 걸었지만, 유행은 빠르게 식었고 음악과 삶에 관한 고뇌는 멤버들을 갉아먹었다. 8년 간의 휴식기를 보낸 뒤 발매한 2020년 복귀작 < The Universal Want >로 비상을 꿈꿨지만, 시대적 문제와 정신적인 아픔은 다시 그들을 절망의 늪으로 떨어트렸다.
도브스의 6번째 작품 < Constellations For The Lonely >는 그 짙은 어둠 속에서 탄생했다. 그들이 직면한 상황을 포함한 시대의 암울한 정서를 반영하듯 시종일관 무기력하고 쓸쓸한 공기가 감돌면서도, 높은 꿈의 궤적을 따라 움직인다.
첫 트랙 'Renegade'는 역동적인 드럼 비트와 키보드를 중심으로 아름답게 공명하는 사운드와 함께 꿈을 좇는 자가 겪는 괴리의 삶을 노래한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쫓으며 질주하는 모습은 황홀하고 매력적으로 비치지만, 사실은 그저 다다를 수 없는 이상에 휩싸인 채로 밤거리를 달릴 뿐이다. 이 감정을 노래하는 지미 굿윈의 묵직한 보컬은 안정적인 듯 하면서도 슬픔이 배어 있다.
용서를 다루는 'Cold dreaming'에는 서늘하고도 찬란한 울분이 담겨 있다. 그들은 어디로든 달리거나 떠날 힘을 주는 희망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갈망의 감정을 손아귀에 쥐고 역동적으로 흔드는 진행을 들려준다. 지미 굿윈 대신 윌리엄스 형제가 나선 얇고 높은 보컬 톤에는 절박함이 스며들어 있다. 풍부한 스트링 세션을 사용한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펑키한 드럼 비트, 묵직한 베이스 라인 등 모든 면에서 조화롭고 역동적이다.
현재진행형인 절망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다양하게 접근하려 한 흔적이 선명하다. 몽환적이고 재지한 'In the butterfly house'에는 마치 2000년대의 라디오헤드를 듣는 듯 침잠된 상태의 불안감이 도사리고, 멜랑꼴리한 'Strange weather'는 고요한 분위기를 이어가지 않고 뒤틀어버리는 변칙적인 전개를 들려준다. 이처럼 대부분의 수록곡은 언제든 왜곡되고 터질 것만 같은 불안정한 기운이 있어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진행을 가진 곡이 더욱 아름답게 들린다. 'Stupid schemes'의 구성은 평이하고 서정적이다. 지미 굿윈의 보컬도 담담하다. 그러나 펑키한 리듬의 바탕에서 찰랑거리는 기타를 따르면서 각 세션이 한 파트씩 빛나는 순간은 아름답다. 이렇듯 평탄한 진행 과정의 중간 지점마다 번뜩이는 순간들이 불쑥 나타나는 모습은 그 시절 포스트 브릿팝의 전형이자 도브스의 강점이기도 하다.
도브스가 처한 상황처럼 삶은 때때로 나아가려는 자의 발목을 붙잡고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기도 한다. < Constellions For The Lonely >는 붙잡힌 예술가의 외침이자 발버둥이다. 우울하고 비관적인 분위기가 가득하지만, 선명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사운드를 잃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전형적인 구성을 따르기도, 파괴하기도 한다. 그것이 때로는 과잉이거나 무리더라도 가능하다면 일단 만들고 연주하고 노래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계속 발을 구르다 보면 언젠가 별에 닿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그들은 외로운 사람들과 함께 전진한다.
-수록곡-
1. Renegade [추천]
2. Cold dreaming [추천]
3. In the butterfly house
4. Strange weather
5. A drop in the ocean
6. Last year's man
7. Stupid schemes [추천]
8. Saint Teresa
9. Orlando
10. Southern b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