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테디 스윔스가 뛰어넘어야 할 것은 앨범 단위로서 수록곡의 일관된 흐름이 주는 익숙함이었다. 구석구석 타 장르의 소스를 빌려와 팝의 색채로 힘껏 버무려냈지만, 유행 탑승을 기한 히트 싱글 적립에 초점이 몰려 정작 중심을 잃고 가벼움만을 남긴 탓이었다. 그렇기에 애초 두 음반으로 분할해 발표할 계획이었던 마지막 조각은 연이은 수정 과정을 겪어야 했다. 그렇게 발매된 두 번째 파트는 반응 인지에 따른 소극적인 형상과 낮은 자세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Not your man’과 ‘Funeral’로 시작하는 초입은 존 바티스트의 역작 < We Are >의 축소판으로 느껴질 만큼 넓은 스케일을 자랑하며 첫 앨범과는 다름을 선포한다. 브레이크 비트로 변주를 가하는 동시에 탄탄한 코러스로 입맛을 돋우는 깔끔한 합작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비록 이어지는 ‘Your kind of crazy’와 제2의 ‘Lose control’을 꿈꾼 ‘Bad dreams’가 같은 공식을 답습하며 앞선 사운드스케이프를 희석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긴장이 가시지 않는 까닭이다.
기다림에 응답하듯 등장한 세 곡, ‘Are you even real’, ‘Black & white’, ‘She got it’이 결국 두 번째 파트의 주연이다. 크레딧을 보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모두 홀로 부른 곡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탁월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을 들어보면 또 하나의 점으로 모이며 의문을 남긴다. 바로 “테디 스윔스의 곡이 맞냐”는 것이다. 현재 시류에 집중하다 보니 투입한 자원에 비해 정작 주인공이 흐릿해졌던 < I’ve Tried Everything But Therapy Part.1 >의 한계를 동료 음악가의 힘을 빌려 타파하려 했으나 결국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같은 결말에 도달한 셈이다.
기비온의 피비알앤비(PBR&B)에 본인의 소울이 밀린 형국, 아울러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 통산 두 번째 최우수 알앤비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한 무니 롱과의 겨루기에선 주객이 전도된 인상, 집중의 기축이 되길 바랐으나 코코 존스는 물론 무엇보다 글로릴라의 래핑에 조명을 빼앗긴 결과까지. 손님이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하는 모습임에도 세 곡의 완성도가 록 사운드에 의지한 중후반의 밋밋함을 이겨낼 만큼 선명하니 어쩌겠는가.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테디 스윔스의 음반이 가진 외적 의미는 중요하다 할 것이다. 팝과 힙합, 컨트리의 삼파전에 명함을 내민 소울 싱어의 출세작. 이 하나만으로도 당장 그가 가진 다양성 면에서의 부피는 존재한다. 지역 헤비메탈 커버 밴드부터 시작해 직전까지 발매한 네 장의 EP로 닿는 역사에는 온갖 장르를 시도하고 뒤섞어가며 성공을 꿈꾼 그의 야망이 비친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Lose control’이란 대성공을 안지 않았나. 또 바란다고 될 일도 아니다. 이제야말로 보다 여유로워진 환경 속 정제와 간택의 기술로 자신만의 소리에 몰두해야 할 시점이다.
-수록곡-
1. Not your man
2. Funeral
3. Your kind of crazy
4. Bad dreams
5. Are you even real (Feat. Givēon) [추천]
6. Black & white (Feat. Muni Long) [추천]
7. Northern lights
8. Guilty
9. I ain’t easy
10. If you ever change your mind
11. She got it (Feat. Coco Jones, Glorilla) [추천]
12. Hammer to the heart
13. She loves the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