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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Tried Everything But Therapy Part.1
테디 스윔스(Teddy Swims)
2023

by 신동규

2025.03.20

당해의 팝 음악을 망라하는 빌보드의 싱글 차트 연말결산. 2024년 정상을 차지한 곡은 드레이크와의 격돌 가운데 탄생한 켄드릭 라마의 ‘Not like us’도, 오랜 기다림 끝에 꽃을 피운 사브리나 카펜터의 음악도, 열아홉 주 간 왕좌를 지키며 싱글 차트 최장 기록 동률을 달성한 샤부지의 ‘A bar song (Tipsy)’도 아닌 테디 스윔스의 ‘Lose control’이었다. 2023년 가을에 발매된 이후 현재까지 무려 80주를 넘도록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그중 과반의 기간을 10위권 안쪽에서 보냈으니 그도 그럴 법하다. 


미국의 대중음악 시장은 크게 삼분된 형태를 유지 중이다. 여러 세대에 걸쳐 오랜 시간 비중을 유지해 온 컨트리, 매끈한 소리와 화려한 비주얼을 위시한 메인스트림 팝, 그리고 여전히 시류에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고 있는 힙합이 그 주인공이다. 일렉트로닉 계열의 장르가 점차 비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 괄목할 만한 사실이겠으나 보수적인 시장에 주류로 기능하긴 아직 어려운 형국이며 작금의 컨트리 재유행, 힙합의 선전으로 인해 부침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테디 스윔스가 포착한 건 이러한 흐름이었다. 알앤비 중심의 기반은 유지하되 컨트리 팝과 블랙 뮤직의 문법을 차용해 대세에 따른 대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소울 뮤지션으로서 조류의 빈틈을 노린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Some things I’ll never know’와 ‘Lose control’, ‘What more can I say’로 이어지는 연계는 비트 프로그래밍에 기대지 않은 발라드와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교집합이자 그의 정체성이고, ‘The door’와 ‘Evergreen’은 각각 박자와 연주 면에서 컨트리 팝의 행로를 따르며 범주를 넓히는 가교 역을 맡는다. 


이렇듯 능란한 감정 표현과 다채로운 장르 폭, 두께감 있는 목소리를 한데 버무려 이질감 없는 작품을 꾸렸지만, 정작 가창자와 유행에 빚진 인기 요소를 제하면 무엇도 남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다. 엇비슷한 소리만으로 전환점을 도니 ‘Goodbye’s been good to you’부터 ‘You still get to me’까지 계속되는 중후반의 흐름에는 새로움이 존재하지 않는다. 빠르기를 더한 ‘Suitcase’와 ‘Flame’으로 분위기를 바꾼다 한들, 오히려 너무 많은 팝 뮤지션을 참고한 듯한 모습에 개성은 좀처럼 힘을 잃는다. 


하나 갖가지 향신료와 첨가물이 본유의 맛을 가리고 있다 하더라도 테디 스윔스의 첫 정규작은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현시점에 의미를 가진다. 예상치 못한 상업적 성공은 물론 그래미 어워즈 신인상 후보까지 오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그의 두 번째 파트는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다. 대중이 그의 스타일을 익히 알고 있는 상황에 한 번 더 원료를 빌려와 승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Lose control’이 세운 성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난 1월, 나머지 반쪽이 베일을 벗었다. 


-수록곡-

1. Some things I’ll never know [추천]

2. Lose control [추천]

3. What more can I say [추천]

4. The door

5. Goodbye’s been good to you

6. Last communion

7. You still get to me

8. Suitcase

9. Flame

10. Evergreen

신동규(momdk77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