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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ut Gem
키키(KiiiKiii)
2025

by 정기엽

2025.03.31

답습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신작이다. 싱글이자 타이틀 ‘I do me’만 보더라도 그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복고적인 사운드와 “나답게 살겠다”는 메시지는 직속 선배인 아이브의 기조와 큰 차별점이 없다. 하지만 고음과 국내에 친근한 멜로디를 강조하는 그들과 달리, 중저음 보컬과 1980년대 해외 신스팝 리듬 구현에 집중한 질감은 내용의 정체를 음악에서 확장으로 품었다. 이렇듯 한 곡에서 보인 뚜렷한 장단점이 앨범에도 지속된다.


I do me’에서 일어난 키워드 중복을 수록곡 전반에서 탄생 서사에 집중하며 만회한다. 산문 작가 이슬아가 선물한 언어 ‘한 개뿐인’은 연습생 시절 긴장과 깨달음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키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음악적으로도 신시사이저 베이스와 비트가 나른한 조화를 이루며 멤버들의 목소리에 힘을 덧댄다. 같은 강점을 공유하는 ‘Debut song’ 또한 직접적으로 데뷔를 자축하며 전에 없던 독특함을 선사했다. 독창적인 남매 골드부다와 릴 체리의 랩 스타일을 이식해 키키가 표구하고자 하는 신선한 매력과 잘 버무린 곡이다.


K팝 스페셜리스트들의 모임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작곡진에게서 마이너한 터치가 일어난 ‘There they go’는 파격적인 구성으로 앨범 내에서 가장 놀라움을 준다. 600여 곡을 남긴 라이언 전, 에스파 ‘Supernova’, 엔시티127 ‘영웅’을 만든 뎀 조인츠(Dem Jointz), 블랙핑크 ‘뚜두뚜두’, ‘Kill this love’에 참여한 베카 붐(Bekuh Boom)이 역량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가창의 두각에 집중하기보다 음악의 재미에 포커스를 맞춘 곡으로, 파트 분배에 열을 내는 K팝에서 곡의 5분의 1을 후주에 내어주는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이들이 가진 낮은 음역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랩은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힙합 요소와 몽환적인 보컬을 합친 ‘BTG’는 키키의 특색을 나타내기보다 다른 그룹에게 주어졌어도 됐을 정도로 무난하다. ‘Groundwork’ 역시 비슷한 역설을 동반하지만 효과음, 부르짖는 코러스, 자기소개 테마로 색다른 결을 유지한다. 확실히 해둬야 할 점은 이마저 앨범 내 여타 곡과 비주얼라이징의 합일이 만든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생기는 유감이라는 것이다.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자를 다독이기보다 다그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이어리 한편에 적은 듯 장난스러운 이름, 키키. 작명처럼 아이 같이 때묻지 않은 접근과 직선적인 묘사가 가득 담긴 첫 EP가 채굴됐다. 이슬아 작가와 시인 이훤, 뮤지션 장석훈 등 자신의 분야에서 틀을 깬 이들에게 서술자 역할을 맡긴 점도 그룹의 개성 부각으로 작용했다. 멤버들도 각자 맡은 바를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풀어 첫 시험대를 가뿐히 넘어섰다. 모두가 생생한 존재감을 드러낸 게임에서 승점을 따내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수록곡-

1. Debut song [추천]

2. Groundwork

3. I do me

4. There they go [추천]

5. BTG

6. 한 개뿐인 [추천]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