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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Chaos
캣츠아이(KATSEYE)
2025

by 박승민

2025.07.20

K팝의 흐릿한 경계는 곧 무궁무진한 확장 가능성을 내포한다. 단순히 사용하는 언어나 구성원의 출신만으로 선을 그을 수 없기에, 국내에서 해외로 뻗어 나가는 흐름을 역전시켜 원천을 외부에 두려는 시도 또한 잇따른다. 멤버 국적을 다양화하고 영어 가사를 전면에 내세운 캣츠아이는 유니버설과 손잡은 하이브표 외연 확대의 걸음마다. 지난해 ‘Touch’를 비롯한 데뷔 EP가 모험을 피해 기존 K팝 프로덕션으로 찍은 첫 발자국이었다면 < Beautiful Chaos >는 사뭇 다르다.


인트로 ‘Gnarly’는 우리가 상상했던 K팝의 영역 너머에 위치한다. 2023년 LA 기반 아티스트 앨리스 롱위 가오(Alice Longyu Gao)의 틱톡 영상에서 처음 등장한 데모는 2년 후 코러스가 덧붙은 채 세상에 나왔다. 강렬히 꽂히는 킥과 위압적인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사운드의 구현도만 놓고 보았을 땐 제법 준수한 셈이다. 근래 소피의 ‘Faceshopping’과 찰리 XCX의 곡들이 밈이 된 현상을 반영한 듯 도입부로 바이럴을 노린다는 묘수도 먹혀들었다. 허나 일련의 전략 및 여타 트랙과의 괴리감은 하이퍼팝 자체가 지닌 대안적 의미를 걷어내고 만다. 마치 구심점을 잃고 주류 언저리에서 맴도는 장르의 현 상황을 표상한 것만 같다.


에피타이저부터 자극이 강한 데다 남은 메뉴가 밋밋하니 더욱 공허하다. 뒤이은 타이틀 ‘Gabriela’는 뿌리를 내비친 다니엘라의 스페인어 브릿지를 제외하고는 의외성 없이 라틴 팝의 문법을 답습해 아무런 잔향도 남기지 않고 흩어진다. 훅 메이킹 상의 결점을 드러낸 ‘Gameboy’와 퓨처 베이스의 잔재를 재활용한 팝 EDM ‘Mean girls’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반복 속에서 블랙핑크를 위시한 소위 ‘YG식‘의 변용인 ’M.I.A’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만, 2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과 맥 빠지는 아웃트로 탓에 에너지를 온전히 분출하지 못했다.


표제로 무질서를 가장할 뿐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정돈된 형태다. 이 혼돈은 텅 비었을지언정 최소한의 파격을 선보인 ‘Gnarly’ 홀로 부유하는 공간으로, 팝의 각종 분파를 그러모으기만 한 곡들에선 뚜렷한 목적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다국적 그룹의 특성을 살려 여러 스타일을 구사하려는 노림수라면 이미 메인스트림 내에 더 나은 대안이 각각 존재하기에 차별점 역시 부재한다. 현시점 제일 고도화된 K팝 소속사의 다각화 전략인 < Beautiful Chaos >는 하이브의 이상과 결과물 사이 괴리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수록곡-

1. Gnarly [추천]

2. Gabriela

3. Gameboy

4. Mean girls

5. M.I.A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