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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유다빈밴드
2025

by 한성현

2025.10.24

올해 5월 유다빈밴드의 단독 공연을 관람하며 머릿속에는 두 생각이 교차했다. 먼저 긴 러닝타임 동안 전혀 지친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팀의 에너지, 그리고 무대를 쏘다니는 유다빈의 활력이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콘서트와 동명의 싱글 ‘Get lucky!’나 ‘계속 웃을 순 없어!’가 부각한 명랑한 이미지, 아기자기한 연출과 충실한 팬서비스로 말미암아 외적 요인에 더 기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소폭의 진지함을 갖춘 두 번째 정규 앨범 < Coda >가 반가운 이유다.

남성 멤버들의 입대로 인한 공백기를 예고하듯 제목부터 ‘종결부’를 지칭하는 음악 용어다. < Coda >가 정리하는 이들의 지난 시간은 정서적으로는 청춘, 낭만, 의지 등의 낱말이 수식하는 20대일 테고 형식이라면 보컬에 찍히는 방점일 것이다. 후자 쪽에서는 아직 정체성의 모호함이 남아있다. 밴드 음악이라기에는 EDM 이펙트가 빠듯한 ‘20s’나 ‘커튼콜’의 숨가쁜 고음만 보더라도 유다빈이 가져가는 스포트라이트가 더 크다. 같은 맥락에서 유명종의 피아노와 단둘이 자리한 인터미션 ‘모래성’의 잔잔한 여운도 어딘가 얄궂다.

정규작이라는 무게를 뒷받침하는 것은 생생하게 살아난 선율의 몫이다. 이에 힘입어 뻔한 테마도 특색이 된다. 적당한 음역대 안에서 달리는 ‘어지러워’는 크라잉넛의 ‘좋지 아니한가’ 커버처럼 유다빈의 우렁찬 목청을 뽐내지 않더라도 팀이 앤썸을 빚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일찍이 여러 곳에서 라이브로 선보인 ‘축배’는 음반의 하이라이트로서 젊음 예찬과 J록 문법이라는 클리셰를 당당한 클래식으로 만든다. 가벼운 기믹만을 발췌하는 듯했던 상반기 두 싱글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음악의 만듦새와 별개로 ‘연극’의 메타포가 그리 착 붙지는 않는다. 물론 문장 낭독을 배속한 인트로가 강하게 이목을 끌기는 하나 길다고는 못할 분량으로 일관된 주제를 큰 편곡 변화 없이 노래하는 음반에서 이러한 장 구분은 ‘굳이’라는 말을 뱉게 한다. 공연에서의 관습을 불필요하게 적용할 바에는 오히려 빅밴드 편성 ‘Love song’과 알앤비 터치를 가미한 그루브 중심의 ‘Drop’ 같은 트랙 간 낙차를 해결해야 했다.

‘어지러워’ 뮤직비디오의 마지막에서 유다빈은 나머지 멤버들이 떠난 극장에 홀로 남아 고뇌하는 모습을 보인다. 곧 찾아올 휴식기가 더 큰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가 되려면 아마 더한 두통을 견뎌야 할 것이다. 잠깐의 정지에 앞서 캐릭터 의존을 버리고 리드 보컬의 강점과 밴드 구성 간 무게추의 균형을 맞춰 궁극적으로 설득력 있는 음악을 잡아냈다는 점만은 분명한 성과다. 조금 불완전하기에 < Coda >는 마침표가 아닌 쉼표다.

-수록곡-
1. #Intro
2. 어지러워 [추천]
3. Love song [추천]
4. Drop
5. 강가에서
6. 모래성 #intermission
7. 20s
8. 축배 [추천]
9. 지나갈 지나간 지나쳐갈 [추천]
10. 커튼콜
11. 단절가 #epilogue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