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리메이크다. 드림 팝 혹은 슬로우코어(Slowcore) 계열의 대표 그룹 시거레츠 애프터 섹스의 신보는 1960년대 밴드 도어즈의 결성 60주년을 기념한다. < The Doors >에 수록된 원곡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명하기 위해 이들은 본래 음악 스타일로 시대의 간극을 좁혔다. 시적인 가사를 세심히 읊조리는 보컬은 적막한 배경을 조성하고 이를 뒷받치는 밴드 사운드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서늘함을 드리운다.
조밀한 정제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지만 리메이크 이상의 특별함을 찾기 힘들다. 자신들에게 익숙하고 곧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프론트맨 그렉 곤잘레스의 중성적인 음색은 원곡의 부드러운 선율을 단순 재현하는 데 그치고 부유하는 악기들과 늘어진 박자감은 새롭지 못하고 기존의 디스코그래피를 연장하는 느낌이 강하다. 오히려 도어즈의 강렬한 곡을 선보였다면 어땠을까. 두 그룹 사이의 묘한 교집합이 안정감과 권태를 동시에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