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음성에 활기를 한 방울 더한다. 싱어송라이터 김푸름의 새 EP < 양극단 >은 어쿠스틱으로 감싼 정규 1집의 감성을 놓지 않은 채 악기 구성의 부피를 조금 더 키웠다. 변화는 타이틀곡 ‘밤송이와 고슴도치’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찰랑거리며 풍성함을 더하는 기타 소리와 이에 대비되는 그늘진 정서의 조합이 매력적이고, 화창한 푸름보단 시린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는 부쩍 추워진 요즘 날씨에도 어울린다.
담백한 선율과 가창에서 브로콜리 너마저, 우효, 가을방학 등 영향을 주었을 선배 인디 뮤지션의 인상이 다소 짙게 느껴지는 와중 정돈된 노랫말이 무난한 분위기를 환기한다. 정갈하게 맞춰놓은 운율과 언어의 배치가 그 고민의 흔적. 일상어를 활용해 부담 없이 다가온 뒤 조곤조곤 읊조리는 호흡으로 말맛을 끌어올려 과하지 않고 편안하다. 참조도 좋지만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그것을 더 믿을 필요가 있다.


